임효준, 훈련중 황대헌 바지벗겨
'기강해이' 선수전원 한달 퇴촌

국가대표 성폭행 파문으로 체육계와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한국 쇼트트랙이 이번에는 남자 선수 간 성희롱 사건으로 또 한 번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

이번 사태로 남녀 국가대표 선수 14명 모두 진천선수촌에서 쫓겨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5일 대한체육회 등에 따르면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인 임효준(23·고양시청)은 지난 17일 암벽등반 훈련 중 다른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후배 황대헌(20·한체대)의 바지를 벗겼다.

황대헌은 수치심을 느껴 성희롱 당했다며 장권옥 감독에게 신고했고, 장 감독은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보고했다.

임효준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1천500m 금메달·500m 동메달을 차지했고, 황대헌은 5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한국 남자 쇼트트랙 간판 선수다.

사건 발생 후 장 감독은 이들을 면담한 후 화해시키려 했지만 불발됐고, 연맹은 가해자 및 피해자의 경위서와 감독 확인서를 받았다. 황대헌은 지난 19일 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 성희롱 신고문서를 접수했다.

신고를 접수한 체육회와 진천선수촌은 지난 24일 기강 해이를 이유로 남자 7명, 여자 7명 등 대표팀 선수 14명 전원과 코치진을 한 달간 선수촌에서 퇴촌키로 결정했다.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의 국가대표 선수 성폭행 파문으로 체육계와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쇼트트랙은 이번 사건으로 또 다시 한국 스포츠에 오점을 남겼다.

임효준의 징계 여부는 다음 주 빙상연맹 관리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며, 임효준은 현재 자신의 SNS 계정을 삭제하고 소속사를 통해 "황대헌에게 사과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와 관련 도내 빙상 지도자는 "심석희의 성폭행 사건과 남자 선수들의 여자숙소 무단침입 사건 등 '빙상'이 문제의 집단인 것처럼 인식돼 부끄럽고 안타깝다"며 "징계는 분명히 하되, 26일 예정된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 혁신위원회의 3차 권고안에 이번 내용을 포함시켜 엘리트 체육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토로했다.

/송수은기자 sueun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