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있는 선박 닻을 무단으로 고물상에 팔아넘긴 어촌계장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7부(부장판사·김형식)는 절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기서북부의 한 어촌계 계장 고모(54)씨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 2017년 3월 30일 시흥시의 한 병원 앞 해안에서 피해자 A씨가 둔 시가 200만원짜리 철제 닻 5개를 훔친 혐의로 벌금 약식명령을 받았다.

고씨는 어촌계 소속 크레인기사, 간사 등과 함께 닻 9개를 육지로 끌어올려 3개는 미리 불러 둔 고물상 화물차에 실어 옮기고 2개는 다른 화물차에 싣는 방법으로 합계 1천만원 상당의 닻 5개를 훔친 혐의를 받는다.

정식 재판을 청구한 고씨는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은 뒤 시흥시 협조 공문에 따라 방치된 닻을 처리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사 결과 피해자는 거주지에서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닻을 보관하고 있었고, 실제 수시로 해안가를 방문해 닻을 확인하며 관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닻을 치우라는 시흥시 공문이 소유자가 방치된 닻을 자진 철거할 수 있도록 적극 홍보해달라는 내용이 있도록 조치해달라는 내용이었으므로 고의로 처분한 의도가 다분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 해안가 등지에 철제 닻을 보관하며 출항 시에만 사용하는 다른 어민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는 지배 의사를 가지고 이 사건 철제 닻을 점유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시흥시의 협조공문 등이 있다고 해서 사적 집행이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절취한 닻 5개 중 3개를 처분해 그 대금까지 지급받았으면서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며 "다만 이 사건 범행의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 절취한 철제 닻 5개 중 2개는 피해자에게 반환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