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보기 시원하네.", "주무관님, 인싸~ 인싸~(insider의 줄임말로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들을 뜻하는 신조어)"

1일 아침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 경기도 민관협치과에서 갈등조정업무를 담당하는 구자필(48) 주무관에게 보인 상사와 후배 직원의 첫 반응이었다.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젊은 공무원이 아니라 쉰살을 바라보는 중년 공무원이 '파격'의 주인공이 된 것이 이색적이었다.

경기도가 여름철 공무원 복장 간소화 방안의 하나로 이날부터 두 달간 자율적으로 반바지 착용을 허용한 데 따른 다소 낯선 '풍경'이다.

그러나 반바지를 착용한 공무원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직원들의 희망사항을 이재명 경기지사가 수용하는 형태로시행된 반바지 복장 허용인 점을 고려하면 '참여도'는 기대 이하였다.

기관장이나 간부들이 솔선해서 착용하는 '윗선 이벤트'가 없는 자율 시행인 데다 본격적인 폭염 기간도 아니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청 1호 반바지 공무원이 된 구 주무관은 이날 아침 반바지를 착용하고 출근했다가 경기도 광주시청으로 출장을 나갈 때는 긴바지로 갈아입었다.

앞으로도 출장이나 대민 업무를 고려해 여건에 맞춰 적절하게 반바지 착용 여부를 선택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사무실이 옥상 바로 아래층인 데다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에어컨 가동시간을 조절하기 때문에 창문을 열어도 답답했다"면서 "반바지 자율 착용 공지를 보고 인터넷에서 쿨비즈 반바지 2벌을 구매하고 반바지에 맞춰 목 짧은 양발도 같이 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들 시선이 불편해서 못하는 게 아니라 변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조직의 보수성이 문제가 아닐까 한다"며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부터 변해보려고 한다"는 글을 올렸다.

앞서 경기도는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한 공무원의 제안을 계기로 공무원과 도민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를 거쳐 7~8월 반바지 착용을 시범적으로 허용한다고 지난달 공지했다.

다만, 단정한 반바지를 착용하고 과다한 노출, 지나치게 화려한 반바지, 샌들(슬리퍼), 민소매 티셔츠 착용 등은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