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관리 대상' 팀원들과의 마찰로 스트레스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이 항소심에서도 순직을 인정받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1부(김동오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순직을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1심처럼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무원연금공단이 추가로 제출한 증거를 보태봐도 1심 법원의 판단과 달리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기도의 한 지구대 팀장이던 A씨는 징계를 받고 '특별관리 대상자'로 지정된 팀원 2명을 관리했다.

A씨는 관리 대장에 이들이 돌출 행동을 해 팀 분위기를 해치고, 민간인 앞에서 과거 돈을 받고 사건을 무마한 얘기들을 했다고 적으며 함께 근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두 사람에 대한 인사 조치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관리 대상' 중 한 명이 정년퇴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근무 태만'이란 외부 제보로 인해 감찰 대상에 올랐다. A씨는 지구대 팀장에서 하루아침에 파출소 팀원으로 인사발령이 났다.

A씨는 불면증과 우울 증상을 보이다 지방청에서 상부에 중징계를 건의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유서에서 관리 대상 직원들이 자신의 약점을 잡아 진정을 냈다고 억울해했다.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며 공단에 순직에 따른 유족 보상금을 청구했다가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A씨가 특별관리 대상자인 팀원들을 지휘·관리하면서 상당한 공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지난해 11월 유족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관리 대장과 망인의 유서에는 이들과 근무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갈등이 생겨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내용이 기재가 돼 있다"며 "망인의 직책이나 업무와 무관한 갈등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이처럼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던 상황에서 감찰조사와 파출소 인사발령까지 더해져 불면증과 우울증, 적응 장애가 발생했을 여지가 크다"며 "공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한 인과 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