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국내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의회가 지난 3월 추진했던 '전범기업 조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경기도의회 황대호(민·수원4) 의원이 대표발의한 '경기도교육청 일본 전범기업 제품 표시에 관한 조례안'은 일선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육기자재 가운데 일본 전범 기업이 생산한 제품에 인식표를 부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황대호 의원은 입법예고 당시 당시 일본 전범 기업들이 공식적인 사과나 배상은커녕 역사를 부정하고 미화하는 데 협조하고 있어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확립시키고 교직원들의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해당 조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외교관계 등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반대여론이 부딪혀 '무기한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핵심소재에 대해 수출제한 조치에 들어가면서 '전범기업 조례'로 맞불을 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해당 조례가 추진될 당시 일본 내 언론에서도 이를 비중있게 다뤘다는 점에서 지자체를 중심으로 유사한 조례안이 확산될 경우 일본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황대호 의원은 지금과 같이 반일 감정이 격화된 상황에서 되려 조례안을 재추진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대호 의원은 "전범기업 조례는 일본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사회적 책무를 묻는 것이 핵심인데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며 "다만, 학생들이 교육 현장에서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기 위해 학생 자치회가 스스로 전범기업 제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조례를 수정, 숙의과정을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염종현(부천1) 대표의원도 "전범기업 조례가 재조명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신중하게 봐야 한다"며 "외교적 마찰 가능성이나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를 당 차원에서 신중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기도가 일본 반도체 부품과 장비에 대한 독과점 실태를 전수조사는 등 강경대응에 나선 것과 관련해서는 "반도체 관련 사업체 55%, 종사자 63%가 경기도 집중돼있는 상황에서 도 차원의 움직임은 도내 기업을 위해 바람직하다"며 "즉각적으로 피해조사를 해서 가뜩이나 어려운 수출 부분에 있어서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도의회 차원에서도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성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