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면
또 한번 상처를…-지난 2일 안산 상록수역 평화의 소녀상 옆 의자에 한 남성이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날 담배를 피며 소녀상 쪽으로 침을 뱉는 장면을 목격한 한 시민이 사진을 찍은 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독자제공

흡연·침뱉는 사진 인터넷서 공분
조례개정 불구 관리외면 '도마 위'
"시민 참여로 건립… 대안 모색중"
안양만 CCTV… 타 지역 책임전가

민간단체와 시민이 주도해 설립한 경기도 내 31개 '평화의 소녀상'의 관리 부실 문제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소녀상을 관리하고 지켜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지자체에 관리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자, 올해 초 경기도가 조례개정을 통해 소녀상의 지자체 책임관리를 명시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몇 해 전에도 안양·화성의 소녀상이 쓰레기 투척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지만 안양시는 CCTV 설치를 통해 관리에 나선 반면 다른 지자체들은 권한이 없다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1월 '경기도 일제하 일본군성노예 피해자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 개정을 통해 소녀상 관리주체를 지자체로 이양하는 근거조항을 만들었다. 개정안에는 소녀상과 같은 조형물을 설치 및 관리할 경우 '경기도 공공조형물 건립 및 관리 조례'에 따라 지자체가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조례개정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진척은 없다. 경기도 조례에 따라 각 지자체가 조례를 개정해야 본격적으로 관리권한을 가질 수 있는데, 아직 시·군과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

도 관계자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건립됐기에, 관리주체를 명시하려면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시·군과의 협의를 통해 대안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관리주체를 찾는 데 시간을 끄는 사이, 소녀상은 침 세례를 겪는 등 '모욕'을 당해야 했다.

지난 6일 0시 8분께 A(31)씨 등 4명이 안산시 상록구 상록수역 광장에 설치된 소녀상에 침을 뱉고, 이를 제지하는 시민과 다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일본어를 구사하며 일본인 인척 흉내를 내기도 했지만, 모두 한국인으로 확인됐고, 경찰은 이들에게 모욕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앞서 2일에는 같은 소녀상 옆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소녀상 쪽으로 침을 뱉는 사람을 목격하고, 한 시민이 이를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유했다.

해당 시민은 "경찰, 시청, 구청에 전화했지만, 모두 자신 소관이 아니라는 얘기만 하더라"고 개탄했다.

안산시 또한 관리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기부금 형식으로 3천만원을 냈을 뿐, 관리는 민간단체가 하고 있어 시에서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김대현·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