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해양도시에는 저마다 고유한 해양문화를 보존 전승하는 박물관이 있다. 호주 시드니를 여행할 때 꼭 들러야할 곳으로 소개받는 곳이 바로 달링 하버에 위치한 호주국립해양박물관이다. 북유럽 스웨덴의 제2도시 예테보리에 있는 국립해양박물관도 이름난 관광명소지만 사실 그보다 훨씬 더 대중적으로 이름난 해양박물관이 있다. '타이타닉'호에 비견되는 17세기 호화전함 '바사호'를 인양해 전시하고 있는 스톡홀름의 바사호박물관이다. 독일 함부르크 해양박물관, 영국 런던 그리니치 해양박물관, 네덜란드 로테르담 해양박물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앙해군박물관, 미국 하와이 해양박물관, 일본 고베 해양박물관, 프랑스 마르세유 유럽지중해문명박물관 등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양박물관이다.

우리나라에도 해양박물관이 있다. 부산, 울산, 포항, 서천, 목포에 국가가 운영하는 해양박물관이나 과학관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인구 절반이 모여 사는 수도권에는 국가가 운영하는 해양 관련 박물관이 단 하나도 없다. 특히 우리나라 제2의 해양도시 인천에 해양박물관이 없는 현실은 인천시민 스스로의 시선으로도, 외부의 객관적인 시선으로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그동안 인천의 위상이 그만큼 낮았다는 얘기다. 그저 서울의 배후도시쯤으로 여겨졌던 탓이다. 그저께 전해져온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사업의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통과 소식은 그래서 한편으론 낯설다. 지난 2002년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정부의 예타에서 탈락했고, 다시 2016년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3년여 만에 얻게 된 결실임에도 그렇다.

인천 월미도에 지상 4층, 연면적 1만6천938㎡ 규모로 2024년 상반기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은 인천의 항만물류 역사와 관련된 각종 자료와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 해양민속·해양환경·해양생태계를 보여주는 시설 등이 들어선다. 인천시와 해양수산부는 내년까지 기본·실시설계를 마무리해 2021년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박물관이 들어서는 곳이 인천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만큼 향후 인천을 상징하는 공간으로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바다와 함께 역사를 만들어왔고, 지금 이 순간도 바다와 함께 역사를 만들고 있고, 앞으로도 바다와 함께 역사를 만들어나갈 해양도시 인천의 소중한 해양문화를 보존 전승하게 될 국립해양박물관이다. 예타 통과를 진심으로 기뻐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