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1001000836400039101.jpg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10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기로 하면서 윤 후보자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의 대립각이 커지고 있다.

윤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9일 새벽 종료됐으나, 윤 후보자의 적격성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으로 청문보고서는 채택되지 않은 상태다. 청문보고서 제출 시한은 9일 자정을 기해 만료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자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검찰총장 적임자라며 청문보고서의 조속한 채택을 촉구했다.

이에 맞서 제 1·2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한 윤 후보자의 위증 논란을 고리로 맹공을 가하며 자진사퇴를 거듭 압박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자의 적격성을 거듭 부각하며 적극 엄호에 나섰다.

결격 사유가 없는 데다 야당이 파상공세를 퍼붓는 위증 문제도 해소가 됐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윤 후보자는 그동안 청문회 단골 주제였던 탈세, 위장전입, 투기, 음주운전, 논문표절 등 무엇 하나 문제가 된 게 없다"며 "위증 문제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민과 함께 하는 검찰총장을 위해서 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반드시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광온 최고위원 역시 "위증 논란과 관련해 윤 후보자는 윤우진 사건에 관여할 의사가 없었고,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결과적으로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윤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윤우진 전 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변호사를 소개했다고 언급한 과거 언론 인터뷰 녹취가 공개되면서 위증 논란이 일었다.

이에 윤 전 세무서장의 친동생인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은 "변호사를 소개한 것은 자신"이라고 밝혔고, 윤 후보자도 해당 인터뷰에 대해 "당시 형이 경찰 수사를 받는 윤대진 과장에게 불필요한 피해가 없게 하려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설명을 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선 위증 논란과 관련해 윤 후보자가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후보자 자신이 기자에게 한 말은 현재의 입장에 비추어 보면 명백히 거짓말 아닌가"라며 "그렇다면 이 부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사위 소속 민주당의 한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 일각에서 위증 논란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으나 결격사유가 없는 만큼 청문보고서 채택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등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면 청와대의 재송부 요청을 거쳐 결국 청문보고서 채택 없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이 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청와대는 청문보고서 제출 시한이 만료된 만큼 기한을 15일께로 정해 이날 중으로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인사청문요청안 제출 이후 20일 이내에 국회가 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하면 대통령은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보고서를 보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한국당은 윤 후보자의 위증 논란을 거듭 문제 삼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윤 후보자가 그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 검찰 개혁의 길이고, 검찰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고 밝혔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윤 후보자가 윤대진 검찰국장을 감싸려 했다는 해명을 언급하며 "소위 소윤(小尹·윤 국장)과 대윤(大尹·윤 후보자) 둘이서 소인배다운 의리를 과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의리 있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습니까' 식의 태도 보였다"며 "마치 조폭 영화의 조폭들이 조폭적 의리를 과시하는 모습이 떠오른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전날 당 회의와 의원총회 등을 통해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국당은 바른미래당과 함께 윤 후보자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바른미래당도 적격·부적격을 병기하는 방식의 청문보고서 채택은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에 부적격 의견을 낼 수밖에 없다"며 "윤 후보자는 공연히 정쟁을 유발하지 말고 자진해서 사퇴하라"고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부적격 의견에 민주당이 동의하면 보고서 채택이 가능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병기식 청문보고서 채택은 대통령이 임명하라는 의미로 전달되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윤 후보자에게 특별한 흠결이 없다며 '적격'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평화당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자가 과거 수사외압에 굴하지 않은 점을 높이 사며 당론으로 '찬성' 입장을 정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통화에서 "청문회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한 확실한 입장과 의지를 표명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검찰총장으로서 결격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본회의 등 6월 임시국회의 남은 일정 합의는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신속한 처리를,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북한 어선 입항 사건의 국정조사를 각각 요구하며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윤 후보자 임명 문제는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들이 '오는 19일 추경안 의결'에 잠정 합의했지만, 실제 추경안 심사는 순항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이 원내대표는 "주요 상임위 예비심사부터 야당의 '묻지마 반대'로 추경 심사가 난항에 빠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북한 어선의 입항 사건에 대해 "정권 수뇌부에 대해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청와대 안보실부터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