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한일 간 냉기류가 이어지면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비중이 17년 만에 7% 밑으로 떨어졌다.

일본 전체 수입에서 한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4.1%로 3년 만에 최저로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한국은 일본의 무역 흑자국 3위를 유지했다.

일본은 1965년 한일수교 이후 53년간 한 번도 한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일본에도 한국은 중요한 수출대상국인 만큼 다음 달 화이트(백색) 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등 수출규제를 확대할 경우 일본 역시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12일 한국무역협회와 일본관세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일본의 총수출금액 31조6천559억엔(약 343조9천억원) 중 한국으로의 수출금액은 2조1천958억엔(약 23조9천억원)으로 6.9%를 차지했다.

이로써 2000년부터 20년간 한국은 일본의 수출국 3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일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년 연속 하락하면서 2002년 6.9%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6%대로 내려앉았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은 2009∼2010년 8.1%를 정점으로 등락은 있지만 2011년 8.0%, 2012년 7.7%, 2014년 7.5%, 2016년 7.2%, 2018년 7.1% 등 하락하는 추세다.

2016년 7.2%에서 2017년 7.6%로 반짝 반등하기도 했으나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1월 7.6%, 2월 6.4%, 3∼5월 6.9%를 기록했다.

지난 1∼5월 일본 총수입에서 한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1%로 집계됐다.

이 기간 일본이 전세계에서 수입한 33조1천342억엔(약 360조) 가운데 한국으로부터 수입액은 1조3천716억엔(14조9천억원)이었다.

일본 전체 수입액에서 한국 수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보다 0.2%포인트 하락하며 2016년 4.1% 이후 3년 만에 가장 작았다. 다만 수입국 순위는 지난해 5위에서 4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8천억엔(약 8조7천억원) 이상 많음에 따라 한국은 올해 기준 미국, 홍콩에 이어 일본의 흑자국 3위를 지켰다.

일본의 상위 5위 적자국은 중국, 오스트레일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다.

일본의 주력 수출상품은 자동차, 자동차부품, 전자집적회로 등이다.

한국으로의 수출품은 반도체 제조용 장비, 반도체, 플라스틱제품, 철 강판,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 장비 등 자본재와 중간재의 비중이 크다.

일본은 지난 4일 반도체 소재 관련 부품인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리지스트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동했다.

다음 달에는 한국을 우방국인 백색 국가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일본 역시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데다가 반도체용 제품 대다수는 한국으로 보내고 있는 만큼 한국 수출길이 막히면 일본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일본으로서도 세번째로 큰 흑자국이 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문병기 수석연구원은 "일본에서도 반도체 소재 주요 수출국인 한국을 제재하면 자국 기업의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며 "더구나 양국 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로 얽혀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조치는 한일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 수석연구원은 "그러나 현재는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보더라도 한국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를 공격함으로써 협상에서의 우위를 점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3일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사설을 통해 "한국과 거래하는 일본 기업에 피해가 돌아올 가능성이 크고 장래에는 한국 기업이 공급처를 바꿀 가능성도 있다"며 "정치의 대립에 경제 교류를 끄집어내는 것이 한일관계에 줄 상처는 계산하기 힘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