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도시개발사업 지구 인근 임야(산)를 샀는데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유주만 100여 명이 넘어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있어요."

각종 개발 호재 등을 미끼로 야산을 수백 필지로 쪼개거나 지분을 나눠 분양하는 '기획부동산'에 속아 시세보다 10배 넘는 가격에 땅을 매입한 A씨의 하소연이다.

도시개발사업 등 대규모 개발 호재와 관련한 취재 전 실거래가 조사에 들어가면 늘 한 개 필지가 '지분거래'된 정황이 포착된다. 지분거래는 개발 호재 등을 앞세워 투자자들을 모집해 야산 등 쓸모없는 땅을 산 뒤 필지를 잘게 쪼개 많게는 수백 명에게 파는 전형적 '기획부동산 사기' 수법으로 악용된다. 이렇게 매입한 땅은 모든 소유주의 동의를 얻어야 처분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재산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화성 국제테마파크가 들어서는 송산면 고포리에서 올 1월부터 4월까지 총 713건의 토지거래가 이뤄진 가운데 374건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도 중송리에서 거래된 1천8건 중 478건이 하나의 필지가 수십 개의 공유지분으로 거래됐다.

제2 판교테크노밸리가 조성되는 성남 수정구 금토동의 한 야산도 지난 7월 현재 지분을 공유한 투자자만 3천900여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10곳 중 절반 이상은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도시개발사업이나 대기업 투자 소식은 기획부동산의 큰 먹잇감"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바늘 가는 데 실이 간다'는 속담처럼 개발 호재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기획부동산이 성행하고 있지만, 정작 이 같은 행위 자체를 단속할 수 있는 관련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경기도가 오는 30일까지 기획부동산을 대상으로 공인중개사법,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상훈 디지털미디어본부 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