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필리핀서 아태평화학술대회
北 고위관계자 '부정적' 입장 여전
"제재 백년을 해도… 뚫고 나간다
남북 교류, 보통 방법으로는 못해"
남북미의 판문점 정상회동 이후에도 북한이 여전히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측 고위 관계자는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으로 돈을 벌려는 생각이 없다. 남측이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도 개성공단 재가동도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만난 복수의 북측 고위 관계자는 이 시점에 대표적인 남북협력 사업들을 재개하는데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들은 이날부터 27일(현지시간)까지 열리는 아태평화학술대회 참석차 이곳을 찾았다.
이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11년째인데 우리(북측)가 재개를 희망한다는 것은 착각"이라면서 "금강산 관광으로 북측에 목돈이 들어온다는 것은 남측 당국의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남 관계는 금강산 관광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북남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면 금강산 관광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맞다. 금강산을 가고 싶다는 남측의 희망으로 관광이 시작된 만큼,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을 다시 열 수 있게 만드는 것도 남측"이라고 강조했다.
남측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강하게 요청하지 않는 한 북측이 먼저 재개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도 현대가 맡았고, 개성공단도 중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던 (한국의)영세기업이 들어왔던 곳이다. (남측)당국이 막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태도 변화가 없으면 재개 논의는 공리공론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난 또 다른 북측 고위 관계자는 작심한 듯 대북 제재에 대한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북측 관계자는 "제재를 백년을 해보라우. 우리(북측)는 뚫고 나간다"며 "북남 협력을 위해선 의지가 있어야 한다. 건건이 제재를 앞에 놓고, '제재 때문에' 운운하는 이거는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판문점 선언 이후 급물살을 타다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 '철도 연결' 문제도 거론했다. 지난해 남북은 철도 연결을 위한 실태조사에 합의했지만, 정밀 조사를 위한 첨단장비 반입이 대북 제재 위반 사항이라 기초 조사 이후 모든 단계가 멈춰선 상태다.
그는 "조사하겠다고 첨단장비 들여오는 것도 제재라고 하는데, 육안으로 조사가 되나"라며 "어떤 방법, 보통의 방법으로 (남북교류를) 성사시킬 수 없다. '북에서 승인해주시오'라고 하면 '남측에서 승인 못받는데 북에서 어떻게 승인해주냐'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마닐라/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