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은 남북
'2019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가 열린 지난 26일 필리핀 마닐라 콘래드 호텔에서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북한의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번 국제대회에서 한국, 북한, 일본 등 11개국의 참석자들은 일제의 강제동원 문제와 아시아 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협력 방안과 교류 협력 방안 등에 관해 토론한 뒤 공동 발표문을 발표했다. /경기도 제공

리종혁 단장 "제재 풀리면 南 아닌 유럽국가가 먼저 투자를 할 것"
크루즈·태양광등 화두… 北대표단 "받은 제안서 모두 검토하겠다"


"제재가 풀리믄 남측이 아니라 유럽 국가가 먼저 투자를 할겝네다. 중요한 건 제재 국면에서 남측이 어떤 자세를 보여주는가 하는거요."

리종혁 단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북한 대표단 8명을 이끌고 필리핀에서 열린 아태평화학술대회를 찾은 리 단장은 지난 24일 한국의 경제인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날 경제인과 함께한 남북경협 회담은 팽팽한 긴장 속에 진행됐다.

대북 사업을 희망하는 남측 기업인, 경기 북부의 지자체 대표, 공기업 관계자, 영국·프랑스의 사업가 등 11명으로 이뤄진 남측 대표단은 이날 오후 5시로 예정된 회담을 기다리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북측 대표단의 말 한마디에 그동안 준비해 온 프로젝트의 성사가 결정되는 만큼, 발언 순서는 물론 내용까지 미리 조율하는 모습이었다.

회담에 나선 북측 대표단의 요구는 간단했다. 북측은 "대북 제재나 남측 당국 모두 상관 말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설명하라"는 것.

남측 대표단은 북한 땅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자고 제안하고, 바이오 가스를 활용한 사업 계획도 제출했다. 유럽의 소매점 체인을 활용해 북한이 생산한 제품을 유통시키고 싶다는 제안도 나왔다.

일부 남측 대표단이 '북한'이라고 지칭하며 사업 설명을 이어가자, 북측 대표단은 "이 자리서는 '북측', '남측'이라고 합시다"라며 발언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북한은 공식 석상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명칭으로 사용한다.

평택항과 북한 원산항, 중국 서안을 오가는 크루즈 사업을 벌이고 싶다는 제안에는 '실현 가능성'을 되묻는 질문도 나왔다.

원산항에 크루즈를 정박시키고 원산 갈마지구 스키장을 도는 관광코스를 구상하고 있다는 말에 리종혁 단장은 "관광은 우리(북한)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라며 "말씀은 옳은 말씀인데 장애를 어떻게 하나씩 극복하냐가 중요하다. 과거에 경협을 하다가도 미국이 눈을 부라리면 수그러들었다"고 말했다.

리 단장은 "사업 제안은 흥미 있게 들었다. 문제는 의지"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제재 풀리면 남측이 아니라 유럽 국가가 들어올거다. 지금도 유럽 대표단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사업 제안이 있다면 당당하게 내밀어 달라. 정주영 (전 현대그룹)회장도 소 떼를 몰고 오지 않았냐"고 성사의지를 강조했다.

또 다른 북측 관계자는 "제재와 상관없이 경제협력을 할 수 있다. 제재가 풀리면 누가 (투자·경제협력을)못하겠냐"고 덧붙였다.

이날 회담 이후 남측의 제안을 수용할 의사가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북측 대표단 관계자는 "받은 제안서는 모두 가져가 검토하겠습니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필리핀 마닐라/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