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신송고등학교에서 이미 출제된 대입논술 문제를 베껴 수행평가에 출제한 일이 이달 중순에 드러났다. 2학년 1학기 문학 수행평가를 치르며 논술 2문항 모두를 대입 기출문제에서 베꼈는데,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는 자체 학부모 설명회와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고 재시험 결정을 내렸다. 이번 사안은 학교 내 '교과협의회',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부실 운영과 함께 인천시교육청의 부실한 '학업성적관리지침' 등 학교와 교육 당국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문제 출제 교사들로 구성된 교과협의회가 평가방법과 기준 등을 마련해 제출하면, 학교장(위원장), 교감(부위원장)과 교직원이 참여하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가 이를 승인해 시험이 치러진다. 이 두 협의 기구가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서 평가의 객관성·공정성·투명성·신뢰도가 좌우된다. 이번 사안에선 협의 기구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서 생긴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해당 학교의 2학년 문학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는 모두 3명. 교사 3명이 협의해 공동 출제한 문제 2문항이 모두 베낀 것이었다. 교사 3명이 동시에 문항을 베꼈거나 아니면 다른 두 교사의 묵인 혹은 방조하에 특정 교사가 베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인천시교육청의 학업성적관리지침에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에 대한 지침이 마련돼 있다. 지필평가와 관련된 지침은 반드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이 비교적 자세히 명시된 반면, 수행평가 관련 지침은 모호해 해석의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면 지필평가에 대해선 교사별로 문항 수를 분담해 출제하는 것을 금지하고 반드시 공동출제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참고서 문제를 전재하거나, 일부만 변경해 출제하고, 전년도 출제문제를 그대로 제출하는 일 등도 구체적으로 금지한다. 하지만 수행평가와 관련된 지침은 지필평가와 달리 구체적이지 않다. 일각에서는 학교의 교과협의회가 선·후배 교사들의 관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교육당국 또한 이를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비난도 사고 있다.
결국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갔다. 아무리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에 맡겨두는 수행평가라 하더라도 지필평가와 유사한 방식의 평가를 시행할 때는 그에 준하는 기준을 적용해 관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위해 학교와 교육 당국의 대책이 시급하다.
[사설]모든 학습평가, 공정성과 투명성 담보해야
입력 2019-07-29 21:03
수정 2019-07-29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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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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