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이 올 상반기 경기남부권 5개 지청(경기·안양·성남·안산·평택)에서 발생한 고용보험 부정수급 2천12건을 적발해 총 60억6천만원을 반환명령했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부정수급자와 공모자 288명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고, 고용장려금 부정수급 사업주 등 75명은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고용보험 부정수급 수법이 기가 막히다. 군포의 제조업자는 타인 명의로 회사를 운영하면서 자신과 가족, 지인을 직원으로 둔갑시켜 3년간 5천600만원을 실업급여로 챙겼다. 오산의 설비보수업자는 31명의 유령 학습근로자를 만들어 일학습병행 훈련지원금 2억3천만원을 꿀꺽 삼켰다. 고용장려와 고용안정을 위해 정부가 혈세로 지급하는 실업급여 등 각종 고용보험 지원금이 이런 식으로 줄줄 샜다. 경기남부 5개 지청의 결과가 이 정도면 전국 40개 지청에서 벌어지는 도적질의 규모는 엄청날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고용보험 도적질을 설계해 주는 불법 브로커와 업주, 근로자들에 의해 국민 세금이 말라가고 있을 것이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줄줄 새는'이라는 표제어를 검색하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세금 도둑들의 천국이다. 감사원 감사결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최근 3년 동안 자격 미달 중소기업에 정책자금 6천억원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국민권익위원회 복지보조금부정신고센터가 적발한 부정수급 적발 건수는 2018년 492건으로 2013년 22건의 22배 이상이다. 한 국회의원은 서울시가 미취업 청년에게 지급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대학생들이 부정수급하고, 수급자 일부는 게임기 구입 등 목적 외로 사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정부의 총 보조금 규모는 77조8천억원이다. 절반 가량이 사회복지분야 보조금이다. 또 광역,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이 자체적으로 시행 중인 복지예산 규모도 확대일로에 있다. 보조금 지급 기관들의 관리현황을 종합하면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이 부정수급자들로 인해 증발했을 것이고, 환수 규모는 미미할 것으로 짐작된다. 관리대책 없이 확대된 복지재정, 지급 실적에 급급한 지출관행, 브로커까지 등장한 도덕적 해이가 원인이다. 기획재정부는 8월 말 부정수급 근절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지만, 자신들이 설계한 보조금 예산에 문제가 없는지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