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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일본 경제 침략 관련 비상 대책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 결정 당일이었던 지난 2일 여의도 한 일식당에서 오찬을 한 일을 두고 휴일인 4일까지 여야 공방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일식당 식사까지 문제 삼는 것은 지나친 정치 공세라고 방어했지만, 야당들은 이 대표가 일식당에서 식사하고 낮술까지 마신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거듭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에서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식자재로 장사하는 일식당도 가지 말라는 것인가"라며 "자영업자 살리자는 주장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더구나 이 대표가 반주로 마신 것은 일본 술인 '사케'가 아니라 국산 청주인 '백화수복'이었다"며 "야당이 백화수복 한 잔에 정치공세를 하는 것이다. 너무 심하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앞서 지난달 16일 일본 경제보복대책 당청 연석회의 후 같은 일식당에서 만찬이 예정돼 있었으나, 장소를 한식당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 대표 측은 이번에는 오찬이 2주 전부터 예약돼 있었으며, 또다시 예약을 취소할 경우 식당 운영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식당을 변경하지 않은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이 대변인은 전날에도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가 사케를 마셨다고 법석이지만, 반주로 국산 청주 한 잔 마셨을 뿐"이라며 "제사상에 흔히 올리는 술, 설날 음복하는 술"이라며 해당 일식당에서 보내왔다는 백화수복 사진을 함께 올렸다.

그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골대가 어딘지도 모르고 헛발질만 해대는 공격수 같다"며 "국산 청주라는 것을 뻔히 알았을 텐데도 무자비하게 내지른 말들은 이 대표보다 오히려 일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을 향하는 것 같다"고 역설했다.

이 대변인은 통화에서 "해당 일식당이 자신들은 일본제품을 취급하지 않는다며 (이 대표가 마신) 백화수복과 주류 냉장고 사진을 보내왔다"며 "일식집들이 일본 제품 불매를 하며 생존하려고 노력 중인데 이를 두고 정치 공세를 하면 되겠나"라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들은 이 대표의 일식당 식사가 부적절했다고 일제히 공격했다.

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한국이 일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됐던 당일 집권여당 대표가 일식당에서 식사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 부적절한 행위"라며 "그런 엄중한 상황에서는 하지 말았어야 할,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당에서는 이 대표가 국산 술인 정종을 마셨다고 반박하는데 일식당이라는 상징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이 대표 본인 스스로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민주당의 해명과 관련해 "발뺌과 변명으로 본질을 호도하지 말라"면서 "온 국민이 TV 앞에서 백색국가 결정을 지켜본 날 집권 여당 대표가 대낮에 술을 먹는 것이 정상은 아닐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 대변인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 옹호글을 올린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함께 겨냥, "허세로 먹고사는 조국(전 수석은), 편들 것을 편들라"며 "논리도, 분별력도 잃었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이승한 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집권당 대표가 대낮부터 술타령이라면 문제가 있다"며 이 대표의 음주를 문제 삼았다.

이 대변인은 "과거 (이 대표가) 2006년 3·1절 때 국무총리로서 골프를 친 일이 연상된다"며 "그때도 국민의 시각은 (이 대표와) 달랐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일식당 주인은 우리 국민이고, 생선도 일본산이 아니다"라며 "정종 반주가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이 대표를 옹호했다.

정의당은 이와 관련해 논평을 내지 않았다.

정의당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초밥 팔고 생선회 파는 일식집 사장님들이 무슨 잘못인
가"라면서도 "이 문제가 정치 공방으로 번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논평을 유보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