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병 있는데 흰머리 염색 요구"
마스크 제한에 양말 검사 등 주장
내달 재계약… "해고 두려워 참아"
용역사 "인사 항명, 전시라면 사형"

동탄2신도시의 한 고급 아파트의 경비용역업체 보안실장이 하급자인 경비원들에게 폭언과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고용노동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8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등에 따르면 화성시 소재 L아파트(1천416세대)에서 일하는 경비원 김모씨가 동료들을 대표해 경비용역업체 E사 보안실장 A씨를 이른바 '직장내괴롭힘 금지법'에 따라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은 A·B조 각 5명에 보안실장까지 총 11명이다.

경비원들은 아파트관리사무소와 주민들이 지급한 마스크를 미세먼지주의보가 내려진 날에도 "보기 안 좋다"며 착용하지 못하게 했다거나 책상 위에서 식사를 하지 못하게 하고 화장실 앞에 둔 앉은뱅이 상 앞에 쭈그리고 앉아 식사를 하게 하는 등 갑질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A씨가 나이가 많은 경비원에게 욕설을 하고 두피 피부병이 있는데도 새치(흰 머리) 염색을 강요하는 등 업무 매뉴얼에 명시된 '용모 단정'을 엄격히 적용하며 바지를 걷어 양말 검사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경비원들은 또 흡연하는 동료의 입 냄새를 수시로 지적하고 "내 앞에서 다리 꼬지 말고 바른 자세로 앉아있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정서적으로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장애를 가진 경비원은 의자에 앉아 한쪽 다리를 펴고 있다 A씨에게 다리를 차이며 "접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해고 통보를 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속으로 삭힌 적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사가 경비원들을 3개월 단기 계약 형태로 채용해 계약 갱신을 빌미로 '복종'을 강요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오는 9월 경비원들은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경비원들의 문제 제기를 놓고 경비용역업체는 팀장을 팀원으로 강등하는 인사가 경비원 불만의 근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사 지역본부장 B씨는 "인사는 회사의 고유 권한인데, 팀장을 팀원으로 강등하려 한다는 보안실장의 말을 듣고 해당 팀장의 소속 팀원이 실장과 실랑이를 벌이는 폭행 사태까지 벌어졌다"며 "인사명령에도 불복하고 무단결근을 한 경비원과 이에 동조해 항명을 하고 있다. 전시 상황이었으면 사형감"이라고 했다.

한편 진정을 접수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해당 민원 사항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