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벙어리' 발언으로 장애인을 비하했다며 장애인단체들이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8개 장애인 단체는 9일 오후 1시께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벙어리'라는 표현은 언어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라며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른 차별 행위이며 법률 위반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농인(聾人)이라는 단어가 있음에도 황 대표가 벙어리라는 표현을 쓴 것은 농인을 무시한 것"이라며 "황교안 대표는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문제의 발언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표 및 최고위원, 중진 연석회의에서 나왔다. 당시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수출규제에는 국무회의를 생중계까지 하더니 북한 미사일 도발에는 벙어리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강석화 한국농아인협회 부회장은 "35만명의 농인을 대표한 한국농아인협회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황 대표는 즉시 사과하고 장애인 인권을 무시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라"고 촉구했다.

농인인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종운 개인 대의원은 수화를 통해 "벙어리, 병신 같은 장애인 비하 표현이 예전에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였다"며 "누군가를 조롱할 때 장애인 비하 표현이 사용되면 나에게 하는 말 같이 느껴져서 좌절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작년 12월 홍준표 전 대표도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비하 발언을 해 국가인권위에 진정된 사건이 있는데도 같은 정당의 대표가 반복적인 장애인 비하 발언을 쏟아내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과 등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비롯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