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6·30' 판문점 정상회동에도 한동안 주춤했던 비핵화 협상이 이르면 이달 말 재개될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종료되는 대로 협상 재개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1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전했다.

한미가 11일 시작한 '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은 20일 종료될 예정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대로라면 이달 말에라도 실무협상이 진행될 수 있어 보인다.

북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담당 국장도 이날 담화에서 "앞으로 대화에로 향한 좋은 기류가 생겨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철저히 이러한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국장의 발언은 남측을 향한 경고의 의미가 강하지만,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조만간 실무협상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북미 정상은 지난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2∼3주 내'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지만, 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문제 삼으면서 지연돼 왔다.

실무협상에는 미국에선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북한에선 김명길 전 베트남주재 대사가 각각 대표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는 늦어도 9월 초까지는 실무협상이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9월 하순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계기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 간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과 리용호 외무상은 작년 9월 유엔 총회 계기에도 회동했지만, 이번에 만난다면 그때보다 주목도가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는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가 김영철(당시 통일전선부장)이었지만, 현재는 리용호 외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두 사람의 회동은 사실상의 고위급회담이기 때문이다.

실무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진다면 고위급회담은 제3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실무협상에서 이견만 확인했다면 교착 상태를 해소할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계기가 될 수 있다.

실무협상과 고위급회담이 이어지는 등 북미 비핵화 협상이 본궤도에 오른다면 북미 3차 정상회담도 가시권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소개하면서 "나는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김정은을 보기를 원한다"며 3차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다.

미국 대선(내년 11월) 일정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연내 3차 정상회담을 열고 '일정한 성과'를 거둔 뒤 이를 대선 국면에서 외교 업적으로 내세우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외교가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 4월 시정연설에서 3차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연말까지 미국의 용단을 지켜보겠다"고 밝힌 점도 연내 3차 정상회담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려면 일단 실무협상에서 진전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로선 전망이 불투명하다.

미국은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최종단계에 대해 우선 합의해야 하며,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모든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동결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뒤 동결부터 최종단계까지 이르는 로드맵에 대한 협상에 착수한다는 게 미국의 구상으로, 이는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때 입장과 대체로 동일하다.

하노이 회담에서 협상 테이블에 '영변'만을 올려놓았던 북한이 '비핵화 최종단계'에 대한 논의부터 하자는 미국 입장에 동의할지, 설사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무엇을 원할지 예상하기 어렵다.

북한이 비핵화 최종단계를 구체화한다는 데 합의한다면, 상응조치인 '안전보장'과 '북미관계 정상화'의 구체적인 조치도 함께 적시하기를 원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주한미군의 역할 등 민감한 이슈까지 제기될 수 있어 접점을 찾기가 만만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