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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사진공동취재단

"2045년 광복 100주년에는 평화와 통일로 하나된 나라, 원코리아(One Korea)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기반을 단단히 다지겠다고 약속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광복 100주년을 바라보는 새로운 한반도의 청사진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지향점 아래, '책임있는 경제강국·교량국가·평화경제'를 3대 목표로 제시했다.

아울러 통일로 광복을 완성하고 한반도를 넘어선 세계의 평화·번영을 이끄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포부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런 청사진을 밝히는 장소로 독립기념관을 선정, '진정한 광복' 메시지 효과 극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 장소의 정치학…15년만에 독립기념관 찾아 '진정한 광복' 메시지 부각

광복절 경축식이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것은 2004년 이후 15년 만이다.

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2년 차인 2018년에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경축식이 열렸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한일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 문 대통령이 '대일 메시지' 발신 장소로 독립기념관을 고른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우선 독립기념관은 문 대통령 경축사의 핵심 메시지를 가장 잘 부각하는 장소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에 대한 직접적 비판을 자제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일본이 이웃나라에 불행을 주었던 과거를 성찰하는 가운데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이끌어가기를 우리는 바란다"고 언급하는 등 과거사 해결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맞서 우리는 책임 있는 경제강국을 향한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라며 "소재·부품·장비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겠다"며 극일(克日)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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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평화로 번영을 이루는 평화경제를 구축하고, 통일로 광복을 완성하려 한다"며 '진정한 광복'을 이루겠다는 뜻도 밝혔다.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지닌 독립기념관을 배경삼아 이런 메시지들의 무게감이 한층 더해졌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아울러 올해가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점도 15년만에 독립기념관에서 경축식이 열리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100주년'의 의미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장소가 바로 독립기념관이기 때문이다.

◇ '새로운 한반도' 3대 목표 제시…극일 넘어선 번영 선도국가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시인 김기림의 '새나라송(頌)'의 문구를 인용하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세우겠다는 지향점을 밝혔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늦어도 2045년 광복 100주년에는 평화와 통일로 하나된 나라, 원코리아(One Korea)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단단히 다지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2045년을 바라보는 장기 비전과 함께 문 대통령은 이 청사진을 현실로 이뤄내기 위한 3대 국가운영 목표로 '책임있는 경제강국', '교량국가', '평화경제'를 제시했다.

이 중 '책임있는 경제강국'과 '교량국가'를 꺼내든 배경에는 이번 일본 경제보복 사태를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경제에서 주권이 확고할 때 우리는 운명의 주인으로서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일본 경제보복 사태 등으로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강'이 급선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자, 한국은 일본과 달리 걸맞은 책임있는 자세를 갖추겠다며 차별화를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교량국가 구상에는 극일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세계의 번영을 선도하는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는 포부를 담았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돼 왔다고 돌아보면서도 "우리가 힘을 가지면 대륙과 해양을 잇는 나라,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지정학적 특성을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바꾸는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주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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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던 중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를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더는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주도해 나간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날 문 대통령이 교역국가 구상을 선보이며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신남방·신북방 정책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남과 북 사이 끊긴 철길과 도로를 잇는 일은 교량국가로 가는 첫 걸음"이라며 남북 협력사업을 언급한 점도 주목된다.

◇ 평화경제 의지 재확인…"대결 부추기는 세력…이념적 외톨이안돼" 지적도

문 대통령이 3대 목표 가운데 마지막으로 꺼내든 것은 '평화경제'다.

문 대통령은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의 새 동력을 얻겠다는 '한반도 신(新)경제지도' 구상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을 강조해 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광복절을 맞아 임기 내에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확고히 하겠다고 다짐한다. 그 토대 위에 평화경제를 시작하고 통일을 향해 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북한의 연이은 단거리 미사일 도발 속에 이런 평화경제 구상이 힘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으나,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를 통해 평화경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평화와 통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무형의 분단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나, 동북아시아 철도 공동체 및 남북 철도·도로 연결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평화경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단호하게 반박한 대목도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남북)의 대결을 부추기는 세력이 국내외에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데 무슨 평화경제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을 겨냥해 "미국이 북한과 동요 없이 대화를 계속하고 일본 역시 대화를 추진하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이념에 사로잡힌 외톨이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