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본이 배출하는 산업쓰레기를 치워주는 환경미화원 국가이다. 15일 환경부에 따르면 석탄재와 폐배터리, 폐타이어, 폐플라스틱, 슬러지 등의 국내 수입량이 10년 전보다 최소 4.5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중 62.4%가 일본에서 발생한 폐자원들이다. 중국,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후발개도국들의 잇따른 해외 쓰레기 수입 중단 선언과 대조적이다. 자원재활용은 당연하나 '세계 10대 무역국'의 품격을 우리 스스로 깎아 내리는 것 같아 민망했는데 작금의 일본상품 불매운동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석탄재 수입량의 99.9%가 일본에서 들여온 것이며 수입 폐타이어의 92%가 일본산이다. 폐타이어는 국내에서 재생타이어, 고무분말 제조, 시멘트공장 연료 등으로 사용되는데 최근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후쿠시마 등 방사능 피폭지역을 돌아다녔을지 모르는 타이어가 국내에서 재활용되어 국민안전이 우려된다"고 했다. 상당량의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석탄재의 수입량 급증도 고민이다. 국내 시멘트업체들은 폐플라스틱, 폐비닐과 함께 시멘트의 부재료로 사용되는 일본산 석탄재를 반도체의 '에칭가스'에 비유한다. 에칭가스 없이 반도체 생산이 불가한 것처럼 시멘트 제조에 우량한(?) 일본 석탄재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덕분에 국내 화력발전소들은 넘쳐나는 석탄재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과 일본 화력발전소들은 모두 외국산 유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탓에 석탄재의 품질이 대동소이함에도 시멘트 메이커들은 국산 석탄재를 외면하는 것이다. 일본 업체들이 제공하는 t당 5만여원의 석탄재 처리 지원금 때문이다. 쌍용·삼표·한라시멘트는 직접 배를 몰고 일본 항구로 가서 석탄재를 국내로 운반해 원료를 공짜로 확보함은 물론 쓰레기 청소비로 연간 470억여 원의 수입까지 얻으니 일거양득인 것이다. 그런데 일본 석탄재 수출업체들이 스미토모, 미쓰비시, 미쓰이화학 등 대부분 전범기업이어서 쌍용, 삼표, 한라 3사는 속이 타들어간다.

지난 8일 환경부는 수입석탄재 관리방안을 발표했지만 환경단체들은 석탄재 재활용 기준을 터무니없이 높게 잡았다며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격앙했다. 고래도 빠져나갈 수 있는 성긴 그물망으로 실치를 잡겠다는 식이니 말이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산업쓰레기 '악어와 악어새' 관계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