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천에선 '인천역사문화센터'에 대한 정체성 논란이 거세다. 현재와 같이 인천문화재단 밑에 두면서 특화된 연구기능을 강화시킬 것인지, 통폐합 이전 체제로 되돌려 방향성부터 보다 분명하게 할 것인지를 놓고 벌이는 격론이다. 센터의 뿌리는 지난 2013년 출범한 '강화고려역사재단'이다. 당시 민선5기 송영길 인천시장은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일컬어지는 강화도가 대몽항쟁 때 고려의 수도였다는 점에 착안해 강화와 고려의 역사를 아울러 연구하는 재단을 설립했다. 4년 뒤인 2017년, 민선6기 유정복 인천시장은 시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을 진행하면서 '강화역사문화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인천문화재단 소속으로 편입시켰다.

이 과정에서 강화고려역사재단의 당초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시의회의 반대와 시민단체, 역사학계의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은 산하 기관 간 업무 유사성과 중복을 이유로 편입을 강행했다. 이듬해엔 활동범위를 강화도에 국한하지 않고 인천 전역으로 넓힌다는 취지로 '인천역사문화센터'로 이름을 다시 바꿨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체성 논란은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부활' 또는 '복원'을 주장하는 측은 강화고려역사재단이 없어진 이후 인천에서 강화와 고려 역사에 대한 연구기능이 사라져 버렸다고 지적한다. 또 산하 기관 업무의 유사성과 중복을 피하자는 게 통폐합의 논리였는데 현실에선 인천시역사자료관과 시사편찬위원회 업무를 중복 수행하는 행정적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앞선 정부의 정책을 모조리 갈아엎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자치단체장이 바뀌었다고 앞의 정책을 뒤집어버리는 건 행정력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특정한 정책에 대해 공동체의 수많은 구성원들이 쏟아 부었던 엄청난 에너지의 느닷없는 소멸을 의미한다. 새로운 갈등의 출발점이기도 한데 그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헛되이 투입돼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아찔하고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전임자가 남기고 간 기존 정책을 과감하게 갈아엎어야 할 때가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회적 에너지가 낭비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인천역사문화센터'를 둘러싼 논란이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 오늘(21일) 열리는 인천문화재단 혁신위원회 최종회의에서 근본적이고도 미래지향적인 결론이 도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