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20일 아동성범죄자 관리 강화와 스토킹처벌법의 조속한 제정 의지를 밝혔다. 장관이 되면 추진하겠다는 정책구상이다. 아무래도 시중에 확산되고 있는 본인과 가족에 대한 다양한 의혹을 정책 화두로 상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조 후보 딸이 고교 재학시절 의학 영어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부각되면서 그의 정책구상은 묻혀 버렸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여권 핵심부는 조 후보의 도덕성이 치명적 수준으로 확산되자 이날부터 조 후보 지키기에 전면적으로 나섰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가족청문회나 신상털기회가 아니다"고 야당의 공세를 비난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한국당 눈에는 조 후보자 동생 부부가 법무장관 후보자로 보이냐"며 "파렴치한 정치공세"라고 비난했다. 조 후보와 의혹의 당사자인 조 후보 가족을 분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런 논리는 청와대 내부에서도 표출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조 후보 일가가 총체적으로 관여된 웅동학원 문제만 봐도 여권의 의도처럼 조 후보와 가족들을 의혹에서 분리시키기 어렵다. 부친이 소유한 사학을 대상으로 조 후보 형제는 채무는 없애고 채권은 확보했다. 동생과 전 부인이 채권자 권리를 주장할 때 조 후보는 학원 이사로서 대응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을 경제공동체로 엮은 법리가 저절로 떠오른다. 조 후보 딸이 외고 재학시절 2주간의 인턴으로 참여한 것만으로 의학 영어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새로운 의혹도 완벽한 해명 없이는 조 후보가 가족으로부터 분리되기 힘들다.
더불어민주당 등 현 집권세력은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을 한껏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정유라의 부정입학에서 건져 올린 최순실 비리를 토대로 국정농단 세력을 촛불시민의 힘을 빌려 물리친 세력이다. 집권 후 자신들의 도덕성을 시비하는 세력은 용납하지 않았다. 그런 높은 도덕적 기준에 비추어 과연 조 후보와 그의 가족들을 둘러싼 의혹이 용납될 수 있는가. 법적으로 문제없다지만, 숱한 의혹들을 법대로 끌고가 진실을 밝히지 않았는가. 여권 스스로 민망할 것이라 믿는다. 민망한데도 조 후보를 두둔하는 이유는 정권이 입을 상처 때문일 것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조국을 잃더라도 정권의 도덕성을 지켜야 여권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사설]여권의 조국 변론 민망하지 않은가
입력 2019-08-20 20:58
수정 2019-08-20 20:58
지면 아이콘
지면
ⓘ
2019-08-21 23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
-
투표진행중 2024-11-18 종료
경기도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역점사업이자 도민들의 관심이 집중돼 온 경기국제공항 건설 후보지를 '화성시·평택시·이천시'로 발표했습니다. 어디에 건설되길 바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