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과수농가가 과수화상병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2015년 경기도 안성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병은 효과적인 치료제나 방제약이 없다. 따라서 이 병이 발생하면 해당 과수원 전체를 폐쇄한 뒤 과수나무를 뿌리째 뽑아서 태운 뒤 땅에 매몰하는 방식으로 폐기한다. 이후 3년간 과수화상병 발병이 잦은 사과나무 등 28종의 수목 재배가 제한된다. 과수화상병을 과수 구제역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올해에만 전국 171개 농가에서 발생했고, 이중 경기도 발생건수는 17건이다. 발생건수는 적지만 충청권 인근인 안성·이천 등 경기 남부에서 연천, 파주 등 경기북부로 확산되는 양상에 과수농가들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확산 방지를 위한 매몰비용도 만만치 않다. 과수화상병 집중 발생지인 충북지역의 경우 지난해 73개 과수원에 매몰보상 비용으로 158억원을 지급했지만, 올해는 발병 과수원이 140여개로 급증해 매몰보상도 300억원 이상 들 것으로 예상된다. 과수화상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지금처럼 매몰 폐기로만 대응할 경우, 과수농가는 생계의 터전을 잃고 국민 세금인 폐기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물론 과수 유통시장에 미칠 악영향도 심각해질 수 있다.

따라서 국가적 재난상황으로 번지기 전에 과수화상병에 대한 확실한 대응이 절실하다. 최종적인 목표는 과수화상병 치료제와 방제약 개발이다. 하지만 치료제 실증실험조차 관계당국의 손발이 안맞아 진행이 안되는 실정이다. 경기도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해 최근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파주시의 한 과수원을 온실로 외부와 완전히 격리해 치료제와 방제약 실증실험을 진행하려다 제동이 걸렸다. 파주시가 전염을 우려해 과수원 격리작업 자체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또한 법상 검역금지병해충인 과수화상병균은 농촌진흥청만 취급할 수 있고 그나마 방제실증실험은 금지돼 있다고 한다. 병균 이동 자체를 막자는 취지일테지만 이래서야 치료제 개발도, 외국에서 수입한 방제약 효과 검증도 가능하지 않다.

이재명 도지사는 과수화상병 대책과 관련, 최근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지 몇 십억원씩 피해가 발생하는데 매일 갈아엎을 수는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밝혔다고 한다. 백번 옳은 말이다. 과수화상병 치료제와 방제약 개발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진청이 주도해야 할 사업이다. 지금이라도 경기도의 실질적인 대응에 적극 협력하든지, 직접 나서든지 결정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