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화학기업들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이 평균 1%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핵심 소재의 국산화가 최대 과제로 떠올랐으나 이를 위해 필수적인 R&D 투자는 저조한 상태여서 기업의 개선 노력과 정부의 정책 지원이 함께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화학 업종의 주요 10개 상장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을 상반기 매출 대비 R&D 비용은 업체별로 최저 0.47%에서 최고 5.67%로 집계됐다. 평균적으로 1%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체별로는 SK케미칼(5.67%)과 LG화학(3.50%)이 비교적 높았으나 나머지는 모두 3%를 밑돌았다.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대한유화, OCI 등은 R&D 투자 비중이 0%대에 그쳤다.

한 업체 관계자는 "회사마다 사업군 포트폴리오가 달라서 투자액이나 비중만으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글로벌 기업들과 견주면 R&D 투자가 전반적으로 미미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1위 화학소재 기업인 바스프와 2위 다우케미칼은 매출 대비 R&D 비중을 3% 이상 유지하고 있으며, 듀폰은 5%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 업종은 일본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분야다. 대표적인 예로 정밀화학 원료인 수입산 '자일렌'의 경우 지난해 일본산 비중이 무려 95.4%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해 수출 규제를 단행했던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도 일본의 글로벌 점유율이 70∼9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재의 탈(脫)일본을 위해서는 R&D 투자를 확대하는 게 필수이고 정부도 최근 지원 계획도 밝혔다"며 "쉽지 않지만 꾸준히 투자를 늘리면서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등 일각에서는 화학기업들의 저조한 R&D 실적을 두고 "지금까지 인색했던 투자를 늘리는 게 먼저인데, 일본과의 분쟁을 계기로 숙원이었던 화학물질 규제 완화부터 요구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연합뉴스

[표] 주요 화학 소재 기업 연구 개발(R&D) 비용 현황

 2017년  2018년  2019년 상반기
LG화학  3.50% (8천970억원)  3.80% (1조664억원)  3.90% (5천450억원)
롯데케미칼  0.58% (918억원)  0.56% (923억원)  0.56% (433억원)
한화케미칼  1.40% (539억원)  1.30% (517억원)  1.60% (269억원)
금호석유화학  0.81% (415억원)  1.60% (450억원)  0.93% (242억원)
코오롱인더  2.16% (975억원)  1.93% (893억원)  2.04% (463억원)
대한유화  0.46% (82억원)  0.36% (91억원)  0.47% (43억원)
OCI  0.58% (211억원)  0.64% (193억원)  0.84% (109억원)
SKC  2.45% (343억원)  2.50% (354억원)  2.51% (167억원)
SK케미칼  5.50% (45억원)  3.90% (465억원)  5.67% (173억원)
효성화학  -  1.21% (135억원)  1.17% (109억원)
※ %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 괄호 안은 연구개발비 계

※ SK케미칼은 별도 기준 2분기, SKC는 별도 기준 반기 매출액 기준으로 공시

※ 출처 = 각사 반기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