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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북한이 지난달 31일 발사한 '대구경조종방사포'의 탄체(조선중앙TV 1일 보도). 오른쪽은 이달 24일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의 탄체.(조선중앙통신 25일 보도) 탄체의 전반적인 외형이 유사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24일 시험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초대형 방사포(다연장 로켓)'라고 발표했다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발사 장면 사진이 공개된 이 무기는 외관상 최근 잇달아 발사된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와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정점고도, 비행거리 등에서 차이가 있고, 400㎜ 정도로 추정됐던 대구경 조종 방사포 보다도 구경이 더 커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이 무기에 대해 "세계적인 최강의 우리식 초대형 방사포", "세상에 없는 또 하나의 주체 병기"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전날 시험 발사에서 380㎞를 비행한 이 방사포의 최대 사거리는 400㎞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남한에 있는 한미의 모든 핵심 군사시설과 국가전략시설이 모두 타격 범위에 포함된다는 뜻으로, 한국형 미사일방어망(KAMD) 구축에 또 하나의 난제가 등장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대구경 조종방사포와 외관 유사"…구경 더 커진듯

이번 초대형 방사포는 전날 오전 6시45분, 오전 7시2분 경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두 발이 발사됐다.

최고 고도는 97㎞, 비행거리는 약 380여㎞, 최고속도는 마하 6.5 이상이었다.

방사포탄 앞부분에 보조날개(카나드)가 붙어있는 등 외관은 지난달 31일과 이달 2일 잇달아 발사된 대구경 조종방사포와 상당히 비슷하다.

궤도형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에 탑재된 대구경 조종 방사포의 구경은 400㎜ 이상으로 추정됐다. 발사관은 '2열 6개'로 관측된다.

당시 이 방사포탄은 최대 마하 6.9의 속도도 고도 30∼35km에서 220∼250km를 비행, 사거리가 최대 400㎞에 이르는 중국의 400㎜급 방사포 WS-2D와 유사하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초대형 방사포'는 차륜형 TEL에 탑재됐고, 발사관이 4개라는 점에서 대구경 방사포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발사관이 더 큰 것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초대형', '세상에 없는' 등의 표현을 사용한 점 등으로 미뤄 400㎜ 보다 더 직경이 커진 완전히 다른 무기체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처음부터 기존 300㎜ 방사포 체계를 '대구경 조종방사포'와 '초대형 방사포' 두 가지 버전으로 개발했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의 방사포는 남한에 가장 위협적인 전술 무기 중 하나로 꼽혀왔다. 사거리60㎞로 분당 40여 발을 발사할 수 있는 240㎜ 방사포는 서울 등 수도권을 직접 겨냥했다.

근년 들어 북한은 스커드 계열의 구형 미사일을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으로 개량하면서 기존 방사포 체계도 빠르게 업그레이드해왔다. 이미 2013년에 300㎜급 방사포를 선보인 바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신형 방사포'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방사포가 핵을 제외하면 한반도 작전 환경에서 효용성이 가장 뛰어난 전술 무기 중 하나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방사포는 짧은 시간 내에 연속 발사를 통해 상대의 핵심 군사시설을 무력화할 수 있다"며 핵을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핵 이상 가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전 배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등 신형 단거리 미사일들과 함께 이 방사포를 섞어 쏘면 한미 핵심 군사시설이나 국가 전략시설에 대한 방어가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다.

북한은 지난 5월부터 단거리 탄도 미사일급 발사체를 모두 9번 발사했다.

이들 발사체는 사거리가 250∼600㎞로, 평택 주한미군 기지에서 육·해·공군 3군 통합기지인 충남 계룡대, F-35A 스텔스 전투기 모기지인 청주 공군기지, 경북 성주 사드기지 등이 모두 타격범위 안에 있다.

◇ '미사일급 방사포'…'KAMD'에 또하나 난제 등장

400㎜ 이상의 대구경 방사포는 사거리가 단거리 미사일과 유사하고, 레이더 궤적만으로는 탄도 미사일과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북한은 방사포탄에 유도장치와 GPS를 장착해 미사일과의 경계도 애매모호하다.

이 때문에 일부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400㎜ 이상의 유도 방사포를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구별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군 당국은 역시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에 대해 초기 발사 속도와 비행 패턴 등을 고려해 아직은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이라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목표를 향해 다량 발사되는 방사포는 단거리 미사일보다 방어가 훨씬 까다롭기 때문에 전술적 측면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미사일 방어망 강화를 가속하고 있는 한미 군 당국 입장에서 또 하나의 난제가 등장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나 '대구경 방사포'는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TEL을 이용하는 만큼, 유사시 은밀하게 기동해 5∼7분 이내에 타격 목표를 향해 다량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 당국 역시 북한이 방사포 체계를 빠르게 현대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만큼, 방사포 사전탐지·요격 체계 등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국방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에는 대포병탐지레이더-II, 230mm 다연장로켓, 전술 지대지 유도무기 등을 전력화해 북한 방사포와 장사정포 등에 대응하는 대화력전 수행능력을 보강한다는 계획 등이 반영됐다.

또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관련, 2기의 그린파인 급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를 도입하고, 3척의 신형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하고, 2023년까지 군 정찰위성 5기를 전력화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군은 이 밖에도 패트리엇(PAC-3) 미사일과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철매-Ⅱ를 성능 개량하고,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을 개발 배치해 하층·중층 복합 KAMD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북한의 장사정포 갱도진지 파괴용 등으로 개발 중인 한국형 전술 지대지 유도무기(KTSSM)는 오는 2021년께 실전 배치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