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특혜 행정' 논란이 불거진 송도국제업무지구 개발과 관련, 계약을 위반한 민간사업자에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등 제재 대신 개발이익 일부를 환수하는 선에서 문제를 덮기로 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한 시민단체는 2년 넘게 문제를 제기해온 인천경제청이 돌연 태도를 바꿔 합의한 게 특정업체를 봐준 결과가 됐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29일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새로 취임한 이원재 경제청장은 취임 보름만인 지난달 25일 송도국제업무지구(571만㎡) 개발사업자인 NSIC(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와 '공공기여 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는 NSIC가 송도국제업무지구 B2블록을 직접 개발했을 때의 기대이익과 제3자에게 토지를 매각해 얻은 이익의 차액(320억원) 중 절반인 160억원 규모의 공공시설물을 2023년 말까지 지어 인천경제청에 기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신 인천경제청은 NSIC가 요구한 4개 블록 주거용지에 대한 관리형 토지신탁 개발방식 적용에 협조하기로 했다.

NSIC는 포스코건설이 미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게일인터내셔널과 3대 7의 지분 비율로 설립한 회사로 2002년부터 서울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하는 송도국제업무지구를 개발해왔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NSIC가 금융기관의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주주사인 포스코건설이 3천564억원을 대위변제했고, 이를 회수하기 위해 국제업무지구 내 사업용지 일부인 B2블록을 제3자에게 공매 처분했다.

포스코건설은 인천경제청의 중재 노력에도 게일과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고 대위변제를 통해 확보한 NSIC의 게일 측 지분을 지난해 9월 새로운 투자사들에 매각했다.

기존에 게일이 보유한 NSIC 지분 70.1%는 ACPG가 45.6%, TA가 24.5%를 각각 인수했고 포스코건설은 29.9%의 지분을 유지했다.

특혜 행정 논란은 인천경제청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 때문에 불거졌다.

애초 인천경제청은 포스코건설에 대해 "인천시와 함께 송도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공동시행자인 NSIC가 아닌 제3자가 땅을 매수해 개발하는 게 계약 및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며 B2블록 매각을 중단하도록 정식 촉구했다.

인천경제청은 같은 맥락에서 B2블록이 2017년 12월 NSIC에서 다른 민간사업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간 뒤에도 해당 부지의 개발 인허가 절차(실시계획 변경)를 2년 가까이 미뤄왔다.

또 2002년 인천시와 맺은 토지공급계약과 경제자유구역 개발 실시계획 위반을 이유로 NSIC의 송도국제업무지구 사업시행자 지위를 취소하는 방안 등에 대해 법무법인에 자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이 NSIC와 이번 합의서를 체결함에 따라 앞으로 민간사업자가 경제자유구역 지정 목적에 맞춰 개발계획을 제출하고 실시계획 인가를 받았더라도 땅만 매각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포스코건설은 B2블록 매각에 대해 "대위변제 이후 B2블록의 담보권을 가진 포스코건설은 이 사업의 시행사가 될 수 없었고 지속적인 금융비용 발생으로 배임 위험까지 생겨 공매를 통해 매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민단체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지난달 31일 민간사업자의 이런 행위에도 인천경제청이 2년 넘게 개발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등의 조치를 하지 않아 봐주기 특혜행정 의혹이 있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인천경제청이 2년 넘게 문제라고 지적하다가 갑자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합의해준 것은 사업자를 봐주기 한 결과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NSIC의 사업시행자 지위를 취소할 경우 장기간 소송에 따른 개발 차질 등이 우려돼 송도국제업무지구의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합의하게 됐다"며 "앞으로 사업 추진에 지장을 초래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