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과 모든 절차 똑같이 진행
엇갈린 평결 판사의견 듣고 정해
참가자 "법원 문턱 높지 않았다"

"원래 이렇게 친절한가요?"

3일 오전 10시 30분 수원법원종합청사 법정동 204호에서 피고인 A씨의 모욕 혐의 사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이날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 7명 외에도 시민 4명이 '그림자배심원'으로 참여했다.

그림자배심원 제도는 실제 배심원단과 같은 조건에서 재판을 참관하고 배심원단처럼 유·무죄와 양형에 대한 의견을 내는 체험 행사다.

방청객으로 법정에 앉아 있으면서 배심원처럼 판단을 해본다는 의미를 담아 '그림자배심원'으로 명명한 제도다.

회사원 이민지(35·여)씨는 "부장판사가 쟁점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검사와 피고인 변호인이 배심원에게 유죄 또는 무죄를 설득하기 위해 파워포인트를 띄워놓고 친절하게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10월 16, 17일 인터넷 네이버 밴드 2곳(가입자 수 각각 127명, 9천492명)에 '인격파탄자' 등 경멸적 단어 3개를 사용하며 김성제 전 의왕시장의 시정을 비판하고 모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 처분을 받았으나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검찰은 벌금 100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모욕의 고의와 위법성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최종의견 진술이 끝나고 배심원들은 2시간가량 평의실에서 평의·평결 및 양형에 관한 토의를 했다. 평의·평결은 법정 공방이 끝난 뒤 배심원들이 모여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논의를 한 뒤 최종 결과를 판단하는 절차다.

이때 그림자배심원들도 법원 12층 소회의실에서 같은 절차를 체험했다. 만장일치로 의견이 모이지 않으면 실제 배심원단도 판사의 의견을 청취하는데, 그림자배심원들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판사의 의견을 듣고 다수결 방법으로 평결했다. 양형은 벌금 30만~100만원으로 갈렸다.

배심원단은 벌금 30만원 1명, 벌금 100만원 6명의 유죄 의견을 냈다. 이를 바탕으로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이창열)는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법학전문대학원 지망생인 이지민(24·아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3학년)씨는 "일반 시민들은 법원하면 엄숙, 압도 같은 단어를 떠올리는데, 문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며 "형사 재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경험 자체가 소중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