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종교단체 반대 '제정 불투명'
직접 연관 無 "확신 갖고 추진을"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인권담당관을 신설하는 등 '인권친화도시'를 표방해온 수원시가 관련 시책을 추진하면서 특정 종교단체들의 눈치만 보는 신세로 전락했다. "동성애를 옹호하는 것이냐"는 일부 목소리에 꼬리부터 내려버린 것이다.
수원시는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문화다양성 조례' 제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시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다양한 문화에 입각한 인권을 증진할 목적이다. 이 조례 제정은 염태영 시장의 민선 7기 약속사업이기도 하다.
당초 수원시는 지난달까지 조례 제정을 모두 끝마칠 계획이었으나, 현재는 조례를 제정할지 여부조차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앞서 문화다양성 관련 조례 제정을 추진한 부천시의회가 "동성애와 과격한 이슬람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일부 종교단체들의 반발로 조례안 상정을 철회한 이력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정 종교단체들의 입김이 작용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수원시는 지난 7월 26일 '수원시 인권 기본 조례 전부개정 조례안'을 입법예고 했다. 그러나 수원시는 해당 조례에 대한 반대 의견이 4천 건 넘게 접수되자 지난달 23일 결국 '심의보류' 결정을 내렸다.
반대 의견 대부분은 앞서 부천시 사례와 마찬가지로 수원시의 인권 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수원시의 문화다양성, 인권 조례안 어디에서도 동성애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수원시가 심의보류한 인권 조례는 이미 2013년 최초 제정됐을 뿐만 아니라, 개정하는 조항 또한 시가 추진하는 인권 관련 사업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문화다양성 조례 역시 전국 10여개 지자체가 이미 제정해 운영하고 있는 만큼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소지는 없다는 평가다.
다산인권센터 관계자는 "일부 기독교 단체들이 '성평등'이나 '인권' 등 단어가 들어간 조례만 있으면 찾아가 반대하고, 지자체들은 '숙의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조례 제정을 철회하거나 보류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인권이라는 가치를 강조해온 수원시는 확신을 갖고 조례 제정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문화다양성 조례는 올해 말까지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조례 제정 추진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고, 인권 조례는 반대의견도 존중하는 차원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숙의하여 결정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