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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8(2015년=100)로 1년 전보다 0.7%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은 작년 6월보다 1.8% 상승해 전체물가를 0.13%포인트 끌어올렸다.생강(105.7%), 찹쌀(21.5%), 현미(20.8%) 등 가격이 1년 전보다 크게 상승했고, 무(-28.8%), 고구마(-11.2%), 마늘(-8.4%) 등이 크게 하락했다. 사진은 지난 7월 2일 서울시내 한 마트 곡물 판매대. /연합뉴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마이너스 물가가 공급 측면에서의 일시적 요인에 기인한다며 수요 둔화로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 약화와 저물가 장기화를 우려하면서 소비 활성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04% 하락해 1965년 통계집계 후 첫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물가상승률을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하기 때문에 공식 물가상승률은 0.0%지만, 소비자물가지수(2015년=100 기준)는 지난해 8월 104.85에서 올 8월 104.81로 하락해 0.04%(0.038%) 떨어졌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는 1월 0.8%를 기록한 이후 계속 1%를 밑돌다가 사실상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기 하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날 소비자물가 지표는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키우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일정 기간 지속해서 0% 아래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물가상승률이 2년 이상 마이너스를 보이는 경우를 디플레이션으로 규정한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총체적인 수요의 급격한 감소로 디플레이션이 초래되면 경기는 침체에 빠질 수 있다.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나 기업은 소비와 투자지출을 더 줄이기 때문에 생산된 상품은 팔리지 않고, 상품의 재고가 급증하면 생산자는 가격을 낮추고 생산을 줄여 경기가 악화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은은 이번 저물가 상황이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며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정책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우리나라의 저물가 상황은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 유류세 인하와 교육복지 확대 등 정부 정책 영향으로 물가흐름이 상당히 낮아진 상황에서 이번달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가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아직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진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사실상 디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대외 불확실성이 더욱더 짙어져 연말에도 소비자물가가 플러스로 돌아서지 않는다면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정부는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연말부터는 소비자물가가 0%대 중후반 수준으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짙어지면 물가상승률이 추가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미중 무역분쟁이 소비와 설비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무역분쟁으로 한국 상품 수출액이 1% 감소할 때 민간 소비는 0.15% 줄고, 소비자 물가는 0.06%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상품 수출액이 3% 감소하는 시나리오에서는 민간소비는 0.45% 감소하고, 소비자물가도 0.17%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계속 마이너스였고 상당히 악화해 사실상 디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경기가 나쁘면서 물가가 떨어진 거라 디플레이션 영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포괄적으로 경기에 대해 대응을 해야 한다"면서 "재정과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하고 기업 비용이 올라간 것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플레이션으로 추세가 갈 것 같지는 않지만, 근본적인 수요 약화에 따른 가격 상승 둔화 문제는 계속 남아있다"면서 "가장 급한 것은 소비를 어떻게든 늘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요가 보여야 기업이 투자한다. 투자가 먼저가 아니라 소비가 먼저다"라면서 "40∼50대 일자리가 감소하거나 증가세가 줄어드는데, 이들이 타격받으면 소비감소나 사회적 영향이 크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활성화도 생각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식적 지표 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되면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 "공급 측면 요인이 주된 요인이라도 폭이 크거나 지속한다면 디플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손원태기자 wt2564@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