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 영향력… 잘보이기 경쟁도
종목 인기 급증에 자질검증 미흡

아이스링크장 피겨스케이팅 코치의 아동 학대 의혹이 선수 폭행은 쉬쉬하는 체육계의 만연한 '성적 지상주의' 문화의 전형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4일 학대 피해를 호소하는 학부모는 "아이 뿐 아니라 학부모도 코치의 빙상계 영향력 때문에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하게 되고 학부모들끼리도 조금 더 코치가 신경을 써주기를 바라며 경쟁적으로 잘하려고 노력하는 문화가 퍼져있다"며 "아이를 눈 앞에서 때려도 딱 3개월만 참아보자고 마음 먹고 견뎠지만, 이제는 미련도 없다"고 말했다.

이 학부모는 코치의 고함과 손찌검에 자세가 바로잡히는 아이를 보고 학대를 묵인했던 것 역시 후회했다.

이보다 앞서 조재범 전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의 심석희 선수 등 폭행·성폭행 사건이 빙상계 부조리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상습상해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 받은 조 전 코치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열린 2번째 공판준비기일에 "조 전 코치가 심 선수를 8세 때부터 지도와 감독을 명분삼아 교우관계를 통제하고 경기력 향상을 명분 삼아 폭행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선수간 폭행과 가혹행위도 드러났다.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인 이승훈 선수가 2011~2016년 해외 대회 기간 중 후배 선수 2명을 폭행해 출전 정지 1년 징계를 받았다.

피겨스케이팅의 경우 김연아 전 선수가 세계 최고의 실력을 보이며 인기가 급증했으나 지도자 자격 심사, 자질 검증 등이 미흡해 꿈나무 학대 사건이 불거졌다는 해석도 있다.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종목의 인기는 급속도로 높아졌는데, 과거 선수 생활을 했다는 이유로 지도자를 하며 가학적인 훈련을 했다는 제보가 계속 들어온다"며 "빙상계에서 피해자가 떠나고 가해자가 남는 상황을 기관과 단체가 묵인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원근·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