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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외출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를 재판에 넘긴 가운데 정 교수의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된 증거물이 외부에 드러나는 일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양상이다.

조 후보자의 딸 표창장 원본을 촬영한 사진이 공개된 데 이어 조 후보자의 부인 연구실 컴퓨터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오자, 검찰과 조 후보자 양측 모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교수가 검찰에 임의제출한 연구실 컴퓨터에서 총장 직인 사진이 담긴 파일이 발견됐다는 언론 보도가 전날 나온 이후 그 진위와 더불어 실제 정 교수의 혐의를 뒷받침하는지 등을 두고 논란 조짐을 보인다.

보도 내용이 사실에 입각했다면 해당 사진 파일은 검찰이 정 교수를 기소하기로 한 증거물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물론 표창장 위조 의혹의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한 점이 발빠른 기소를 결정한 주된 요인이지만, 검찰이 정 교수를 소환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재판에 넘긴 데에는 관련 물증이 분명 있었기 때문이며 직인 사진 파일도 그 중 하나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시각을 정면으로 부인하며 유감을 드러낸 사람은 정 교수였다.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는 동양대학교 교수 정경심입니다'로 시작하는 글을 게시했다.

이 글에 따르면 정 교수는 "현재 제 연구용 PC는 검찰에 압수된 상황이므로 해당 파일이 어떤 경로로 그 PC에 저장된 것인지 그 정확한 경위나 진위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저는 (동양대) 어학교육원장, 영어영재교육센터장 등 부서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원들로부터 여러 파일을 받았기 때문에 그 파일 중 일부가 PC에 저장된 것으로 추정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설령 직인 사진 파일이 발견됐더라도 부서장 업무 수행을 위해 제공받은 파일일 뿐 표창장 위조 의혹과는 관련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정 교수는 검찰이 수사 중인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것과 관련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저 자신도 검찰에서 어떤 증거를 가졌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어떤 설명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증거가 공개되면 그때 정확한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도 열람하지 못한 증거나 자료에 대한 내용을 유출하거나 기소된 피고인이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되는 내용의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조 후보자 측과 여권은 검찰의 수사 상황이 언론에 여러 차례 노출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긴급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조 후보자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강력한 경고 입장을 밝혔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피의사실을 유포해 여론몰이식 수사하는 행태에 대해 강력한 경고와 함께 우려를 표했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잘못된 방식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책임질 사람이 있을 경우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사무실 압수수색 이후 '강대환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 주치의로 선임되는 과정에 일역(一役)을 담당했다'는 문건 내용이 보도되며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불거졌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조 후보자 딸 조모씨의 고교 생활기록부를 자유한국당 측이 공개한 것을 두고도 출처가 검찰이 아니냐는 여권의 문제제기가 있었고, 검찰이 사실무근이라고 즉각 반박하는 일도 있었다.

청문회 당일에는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 소속 박지원 의원이 공개한 '표창장 원본을 촬영한 파일'을 놓고 유출 경위에 관한 논란이 이어졌다.

검찰은 표창장 사진의 유출 문제를 두고 피의사실이나 증거물 유출 논란이 불거질 것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검찰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라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는 한편 박 의원 측에 표창장 사진이 입수된 경위를 따져보고 있다.

검찰이 부산대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표창장은 흑백으로 된 사본뿐이다.

박 의원 측이 입수한 사진은 원본을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컬러 표창장 사진이므로, 검찰이 파일을 박 의원 등에게 건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검찰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총장 직인 파일이 정 교수 컴퓨터에서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검찰은 "우리 쪽에서 (내용을) 확인해준 보도가 아니다"란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조 후보자와 정 교수 측의 해명이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실린 것을 내심 불편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와대가 자꾸 조 후보자 측의 편에 선 듯한 인상을 주면 수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셈이 된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김 비서관이 검찰 수사를 받는 정 교수의 해명글을 SNS에올린 것 자체가 청와대 참모로서 부적절한 행동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현재 김 비서관의 SNS에서 해당 게시물은 삭제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주말에도 정 교수의 연구실 컴퓨터를 함께 반출한 뒤 자신의 차량에 보관했던 한국투자증권 직원 김모 씨 등에 대한 소환 조사를 이어갔다.

정 교수에 대한 소환 조사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남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지난 6일 오후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은 조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두고 숙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날 전격 임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가운데 9일 조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하고 10일 국무회의에 참석하게 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