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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찾아 태풍 '링링' 대처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관계 부처와 지자체로부터 태풍 대처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연합뉴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 여부를 놓고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종 결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제까지는 문 대통령이 사실상 임명수순에 돌입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지금은 여권 일각에서도 낙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조 후보자의 운명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모양새다.

문 대통령 역시 검찰개혁의 성패, 검-청 충돌 조짐 등 이번 사안이 불러올 후폭풍의 무게를 생각하면 어느 한쪽으로 쉽게 결정을 내릴 수는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동남아 3개국 순방 당시 청와대 내에서는 "사실상 대통령 귀국후 결재만 남았다"는 목소리가 컸으나, 검찰이 조 후보자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를 전격 기소한 시점을 전후해 이제는 '결론을 쉽사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여당 안 안에서도 여전히 임명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과 낙마할 것 같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강행과 낙마 가능성이 50대 50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이 사안이 조 후보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진영대결 양상으로 흐르면서 문 대통령이 어느 선택지를 고르더라도 짊어져야 할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진퇴양난'에 처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꺼낼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는 '정면돌파' 방안, 둘째는 조 후보자의 임명을 전격 철회하고 새로운 법무장관 후보자를 선택하는 방안, 셋째는 조 후보자가 사법개혁을 마무리할 때까지 직을 수행토록 하고 이후에는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거취를 정리하는 방안 등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이 세가지 방안 모두 완벽한 해답이 되지 못하고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임명을 강행할 경우 조 후보자를 중심으로 강력한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으리라는 것이 청와대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는 야당과 조 후보자를 반대해 온 여론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는 데 더해, 자칫 청와대와 검찰의 전면전으로 비화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위험부담이 있다.

조 후보자에 대한 수사가 청와대에 보내는 검찰의 시그널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조국 카드'를 강행한다면 이 역시 검찰을 향한 개혁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검찰의 충돌 양상이 길어진다면 정부로서는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기 쉽지 않다. 아울러 조 후보자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검찰개혁 역시 힘을 받기 쉽지 않으리라는 예상도 있다.

또 조 후보자를 임명한 뒤에도 검찰의 수사 강도가 계속 강해진다면 이로 인해 여론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며 중도층 민심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 대통령이 두번 째 방안인 '임명 철회' 카드를 꺼내들기도 쉽지 않다.

물론 이 경우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조 후보자를 '읍참마속' 한다는 점에서 이후 사법개혁을 비롯한 국정쇄신에 박차를 가할 계기가 마련되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꼽아온 검찰개혁을 지휘할 수장이 검찰 수사로 낙마한다는 것 자체가 문재인 정부에 큰 내상을 남길 것이라는 걱정도 적지 않다.

검찰에 완전히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국정운영 전반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 후보자에 힘을 실어 온 여권 핵심지지층의 이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청와대로서는 간과하기 힘든 부분이다.

실제로 이날 오후 2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살펴보면 조 후보자의 임명을 지지하는 청원에 68만5천여명, 윤석열 검찰총장의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에 37만7천여명이 동의하는 등 핵심 지지층들의 '화력결집' 양상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조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청원 역시 29만7쳔여명이 동의했다.

사법개혁 법안 처리를 완수할 때까지만 장관 직을 수행토록 하는 세 번째 방안 역시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어쨌든 청-검 충돌 양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점,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개혁을 할 수 있겠느냐는 점 등 '임명강행' 카드에서 나오는 의문부호들이 여기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불과 몇 달만 직을 수행하더라도 중도층 여론에 미치는 악영향은 적지 않으리라는 우려도 있다. 장관을 임명하면서 몇달간 시한을 정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처럼 복잡한 관측이 오가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고민 역시 길어지는 양상이다.

애초 문 대통령이 3일 국회에 재송부요청을 했을 때는 송부시한 다음날인 7일 곧바로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있었으나, 8일 현재까지 문 대통령은 임명안에 서명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내외부로부터 자문을 계속 구하는 날이 될 것"이라며 이날 안에 결론이 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했다.

핵심 참모들은 물론 다양한 그룹의 인사들을 계속 만나면서 조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것으로, 그만큼 고민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9일 이후로도 결정이 꽤 오랫동안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현행 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재송부시한 요청 뒤 언제까지 임명해야 하는지는 규정돼 있지 않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을 임명할 당시, 1월 19일까지 재송부를 요청한 후에도 여야의 협상을 지켜보다 24일이 돼서야 임명을 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조국 후보자 사례의 경우 10일에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가 예정된 만큼, 그 이전에는 임명 여부를 결정 지으리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이날 자문그룹으로부터 청취한 의견, 이날 오후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 결과 등이 문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