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9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여야가 극한 대치에 나서면서 정국이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조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놓고 지난 한달간 격렬한 공방을 벌였던 여야가 다시 정면 대결에 들어간 데다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여권과 검찰 간의 충돌이 재연되면서 여의도를 흔들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전개됐던 야당의 의혹 공세를 비판하면서 '검찰 개혁' 드라이브에 나섰다.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 장관에게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에 호응하면서 정국 정면돌파에 들어간 것이다.
제1·2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정권 몰락", "비참한 종말" 등의 표현까지 쓰면서 조 장관 임명에 강력히 반발하고 전방위적인 대여 투쟁에 돌입했다. 범야권 방침을 밝힌 두 당은 해임건의안과 국정조사에 특검 카드도 거론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정치 공세로 강하게 비판하면서 추석 연휴 이후에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정기국회 일정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청문 정국에서 조 장관을 '검찰 개혁 적임자'로 옹호했던 민주당은 이날 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을 환영하면서 검찰 개혁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청문 정국에서 조 장관을 '검찰 개혁 적임자'로 옹호했던 민주당은 이날 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을 환영하면서 검찰 개혁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법무·사법 개혁에 대한 의지와 전문성을 갖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환영한다"면서 "새로운 법무부 장관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이 흔들리면 없이 완수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도 조 장관 임명에 앞서 열린 최고위에서 "권력기관 개혁에 다시 신발 끈을 조이겠다"면서 "문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자세로 심기일전해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고위전략회의에서 조기에 법무부 현안 및 사법개혁 등에 대한 당정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
민주당의 '검찰개혁 드라이브'는 조 장관 임명을 계기로 개혁 정책 추진의 동력을 살리면서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검찰이 주요 시점에 대규모 압수수색을 하고 인사청문회 당일에는 조 장관 후보 부인을 전격적으로 기소하는 등 사실상 정치를 하면서 검찰개혁 저지를 시도했다는 문제의식도 깔렸다.
나아가 젊은 층과 중도층 위주로 일부 민심 이반이 있기는 하지만 청문 정국을 거치며 지지층이 오히려 결집한 상황에서 사법 개혁 이슈를 통해 정권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조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입시 논란이 젊은 층의 이탈로 이어졌다는 판단에 따라 입시제도 개혁도 동시에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권력기관 개혁으로 지지층을 잡고 입시제도 개혁 등을 통해 젊은 층과 중도층을 다시 흡수, 국정 동력 누수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민주당은 야당의 해임건의안, 국조, 특검 카드 등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조국 정국'이 길어지는 것을 차단하는 것에도 당력을 모았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고위전략회의에서 "현재 검찰이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수사를 하는 상황에서 국회가 국정조사와 특검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같은 회의에서 "임명된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은 이 시간에 장관에게 해임건의의 칼날을 들이댈 만한 그 어떤 이유도 아직은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조 장관 임명에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조국 임명은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검찰을 압박한 것으로도 모자라 국민을 지배하려는 시도"라면서 "오늘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사망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투쟁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의원직 총사퇴론까지 나왔으나 원내·외 병행 투쟁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황교안 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권이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폭거에 대해 우리가 모든 힘을 다 모아서 총력 투쟁을 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조 장관 임명 전 열린 최고위에서 "국민적 분노와 저항을 잠시 짓밟을 수는 있어도 결국 비참한 종말을 맞을 수밖에 없다"면서 "정권이 몰락해도 좋다면 조국 임명을 강행하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당은 애초 이날 의총 이후 청와대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의총이 길어지면서 청와대 앞 집회 대신 현충원을 참배한 뒤 서울 광화문에서 퇴근길 시민들을 상대로 여론전을 벌이기로 했다.
또 추석 연휴가 끝날 때까지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장외 집회를 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나아가 한국당은 이미 해임결의안과 국조, 특검 추진 등을 예고한 상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총 후 "국회라는 아주 중요한 투쟁 수단을 놓지 않고 국회를 중심으로 하는 투쟁을 가열차게 하겠다"면서 "해임건의안, 국정조사, 특검 그런 부분은 범야권과 같이 힘을 합쳐가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개최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바른미래당은 의총후 성명서를 통해 "바른미래당은 조국 퇴진 행동에 돌입할 것임을 선언한다"면서 "조국 임명에 반대하는 모든 정당, 모든 정치인과 연대해 해임결의안 국회 의결 추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국회 국정조사 추진 방침도 밝혔으며 특검 추진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와 관련,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회동하고 향후 대여 투쟁에 대한 공조 방침을 밝혔다.
민주평화당은 이승한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오만"이라고 반발했다. 평화당은 10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보수 야당과의 해임건의안 연대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도 조 장관 임명을 비판했다. 다만 대안정치는 보수 야당과 해임건의안과 국정조사 등의 연대 계획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은 "사법개혁의 대의 차원에서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야당 가운데 유일하게 조 장관에 대해 적격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민주당과 보수 야당이 조 장관 임명을 놓고 정면충돌하면서 당장 교섭단체 대표 연설(17∼19일) 및 국정감사(9월30∼10월 19일) 등의 정기국회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법은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발의될 경우 발의 이후 첫 본회의에 보고하고 이후 24~72시간 이내 무기명투표로 표결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이 조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할 경우 추석 연휴 이후에 해임건의안 처리 문제로 여야가 충돌할 수 있다.
나아가 국조와 특검 등을 놓고 여야간 대치가 길어지면 연말 예산 국회의 진행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