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일본에서 거주하던 중 사라진 한국인 여성 박꽃수레(실종 당시 42세) 씨의 실종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용의자의 살인 혐의를 입증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박 씨가 실종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데다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아 처음 일본 경찰이 이 사건을 수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용의자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13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박 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된 A(38) 씨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앞서 A 씨와 과거 연인 사이이던 박 씨는 2016년 7월 일본 후쿠시마현 자택에서 돌연 자취를 감췄다.

박 씨는 일본에서 유학하다가 2차례 결혼했는데 첫 번째 이혼 후 만난 2번째 일본인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살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경기도 이천에 거주하던 박 씨 가족이 신고해 일본 경찰이 먼저 수사에 나섰고 일본 경찰은 박 씨가 사라지기 직전인 같은 해 7월 6일 한 고속도로 톨게이트 CCTV에 찍힌 차량에 박 씨가 A 씨와 함께 타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는 현재까지 확인된 박 씨의 마지막 모습으로 일본 경찰은 A 씨를 용의선상에 올려 수사했다.

A 씨가 박 씨 실종후 박 씨의 신용카드를 사용한 사실까지 찾아낸 일본 경찰은 A 씨를 체포했지만, 박 씨의 실종과 관련한 직접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고 그는 결국 사기 등 다른 혐의로만 처벌받았다.

이후 경찰은 일본 경찰로부터 A 씨에 대한 수사 자료를 넘겨받아 살펴보던 중 A 씨가 2011∼2012년 박 씨와 주고받은 편지에서 제3의 인물인 김영돈(사망 당시 28세) 씨를 언급한 부분을 확인했다.

김 씨는 A 씨의 지인으로 일본 유학 중이던 2008년 10월 실종됐다가 2010년 6월 미야기현의 한 대나무숲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A 씨가 박 씨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제부터 영돈이 일은 잊어버리고…"라고 적은 점과 A 씨가 김 씨 실종 직전까지 함께 있었던 점 등을 확인했다.

이에 경찰은 A 씨가 박 씨와 김 씨 두 사람을 모두 살해한 것으로 보고 그간 다뤄오던 실종사건을 살인사건으로 전환해 지난해부터 한국에 머물던 A 씨를 입건했다.

그러나 A 씨가 올해 7월까지 5차례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 "박 씨와 김 씨를 죽이지 않았다"며 혐의를 전면부인하고 나서면서 경찰은 이 사건 처리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여러 정황상 A 씨가 박 씨 등을 살해한 것으로 의심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확실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박 씨는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상황이고 먼저 발견된 김 씨의 시신에서도 별다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아울러 시신이 없더라도 실종자가 사망한 것으로 볼만한 다른 증거가 있을 경우 피의자에 대한 살인 혐의가 인정될 수 있지만 이 사건의 경우 박 씨가 사망한 것으로 명확히 결론 내릴만한 증거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증거 찾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으나 여의치 않다면 A 씨를 살인 혐의가 아닌 박 씨의 신용카드를 멋대로 사용한 혐의 등만 적용해 검찰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이 사건은 1명은 살해되고 1명은 실종됐음에도 범인은 없는 상태로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의 혐의 입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일단 다른 혐의로 송치하든지 하고 나중에라도 증거를 확보하면 다시 살인 혐의를 적용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