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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출입통제소 설치 '초비상'-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17일 오후 파주시 한 양돈농가에서 방역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질병은 바이러스성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등 치명적이나 아직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폐사 신고한 모돈 5마리 확진 판정
가족농가 포함 4700마리 '살처분'
연천에서도 약식 검사 '양성반응'
방역 강화 접경지 뚫려 확산 우려

경기도에서 국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지 불과 하루가 되지 않아 인근 지역에서도 의심 사례가 나타나며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방역당국은 수개월 전부터 감염을 막기 위해 접경지역의 방역을 강화했지만, 결국 접경지역에서 첫 발생 사례가 나오며 백약이 무효한 꼴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오전 파주시 돼지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파주 농가의 경우 전날인 16일 사료를 섭취하지 못하거나 고열이 발생한 어미 돼지 5마리가 폐사했다고 방역당국에 신고했다.

방역당국은 확진 직후부터 살처분 작업을 시작해 이날 발생농가 2천450마리, 가족농가 2곳의 2천250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

발생농가는 모돈(母豚)으로부터 새끼를 낳아 길렀고, 이 중 일부를 부모가 각각 운영하는 가족농가에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발생농가 인근 방역대(3㎞)에서 추가로 양돈을 하는 농가는 없었지만, 가족농가가 소재한 파주 파평 일대에 24개 농가에서 돼지 4만5천여마리를 사육 중이어서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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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통제소 설치 모습.

이어 이날 오후 연천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양성반응이 나타났다. 경기북부동물위생시험소가 연천군 백학면 농가에서 폐사한 돼지를 채혈해 확인한 결과, 채혈한 3마리 모두 약식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

이 농가는 2천100마리를 사육하고 있으며, 인근에 자녀가 모돈 농장을 운영하며 2천3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정밀 검사에서 확진 판정이 나올 경우, 경기도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농가는 모두 2곳으로 늘어난다.

특히 파주 농가의 경우 지난 15일 136마리의 돼지를 인천 도축장으로 출하한 것으로 확인됐다(9월17일자 인터넷 단독보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돼지 몸속에서 4일에서 20일 가량 생존하기 때문에 도축장으로 유통된 돼지에도 바이러스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도축장에서 도살한 돼지는 유통되지 않고 보관된 상태다.

감염경로와 발생원인도 오리무중이다. 지난 5월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점으로 미뤄 접경지역을 오가는 멧돼지 등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첫 발생지인 파주 농가가 민간인통제구역으로부터 10㎞나 떨어진 데다 외부로부터 야생동물이 접근할 수 없도록 울타리를 친 채 사육을 해온 것으로 확인돼 정확한 전파 경로는 역학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이종태·강기정·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