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철저히 방역·정부 관리에
조금은 늦춰질 줄 알았는데…" 한숨
타축사 없고 네팔노동자 오래 일해
도시화도 진행중 "감염 오리무중"
"언젠가 올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파주시의 한 양돈농가 농민 이모(74)씨는 근심 섞인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그는 "중국을 거쳐서 북한에서 난리가 났을 때 양돈농가 사람들은 각오를 하고 있었다"며 "자체 방역도 하고, 정부에서도 신경 써서 관리하고, 보고 체계도 갖춰서 조금은 늦춰질 줄 알았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7일 오전 6시30분께 파주시 연다산동의 한 돼지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확진했다고 밝혔다.
이른 아침부터 방역당국은 농가주변으로 통제소를 설치해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다. 농가로 이어진 좁은 농로엔 십수대의 취재차량과 방역차량으로 뒤엉켜 북새통을 이뤘다. 농가에 들어간 중장비들은 돼지들을 살처분·매몰하기 위해 연방 기계음을 냈다.
방역당국은 확진 직후부터 살처분·매몰 작업을 시작해 이날 발생농가 2천450마리, 파평면과 법원읍 가족농가 2곳의 2천250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
파주지역 돼지농가가 몰린 파평면엔 '올 것이 왔다'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 질병 중 유일하게 백신이 없는 질병이라서 철저한 대비를 해도 언젠간 닥쳐올 재난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파주시 한돈협회장 이윤상(74)씨는 "축산 농민들은 해외를 나갔다 입국하면 공항에서 무조건 소독과 방역을 마쳐야 들어올 수 있다"며 "평소보다 더 철저한 대비를 했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백신이 없어서 아무리 대비를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대부분 농가가 외부와 출입을 삼가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파평면 일대에는 약 24개 농가에서 4만5천여 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주민들은 어떻게 감염됐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인근에서 트랙터를 몰던 장모(66)씨는 "돼지열병 발병 농가가 이 곳인지 몰랐다"며 "근처에 다른 축사도 없고 도시화도 진행 중인데 어떻게 감염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파평면에서 애견사업을 하는 김모(39)씨도 "근처에서 멧돼지를 본 적이 없다"며 "(발병한)농가를 번갈아 가며 일하고 있는 네팔 사람들도 오랜 기간 이곳에서 일했다"고 말했다. → 그래픽 참조
/김우성·김준석·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