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동원 씨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에 증인으로 나와 댓글조작 기계인 '킹크랩'을 김 지사에게 시연해준 것이 사실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김씨는 19일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항소심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렇게 증언했다.
드루킹은 2016년 11월 9일 김 지사가 경기도 파주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에 찾아왔을 때 킹크랩 시제품(프로토타입)을 시연했다고 주장해 왔다.
김 지사 측 변호인이 당시 상황에 관해 묻자 드루킹은 "킹크랩이 구동되는 휴대전화를 앞에 두고, 김 지사가 뚫어지게 봤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이런 것들을 우리가 준비해서 대선을 준비하겠으니 최종 결정을 해 달라는 내용의 설명을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킹크랩을 보여주는 과정 중에 허락을 구한 것 같다"며 "그때가 제일 중요한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당시 상황을 두고 "김 지사에게 '문제 생기면 감옥가겠습니다'라고 하자 '이게 무슨 감옥에 갈 거냐. 정치·도덕적인 거지'라고 하기에 법리적인 것에 밝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김 지사 측은 시연 자체를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지사는 이날 공판에 출석하면서도 "킹크랩 시연을 본 적이 결코 없다"며 "한두 번 본 사람들과 불법을 공모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가 시연을 봤고, 킹크랩 개발을 허락했다는 식으로 드루킹 일당이 '말 맞추기'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김 지사 측은 본다.
이날도 김 지사의 변호인들은 김씨의 진술이 바뀐 부분이나 측근들과의 말이 엇갈리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변호인들은 드루킹이 킹크랩 개발자인 '둘리' 우모 씨에게 시연을 지시한 시점에 대한 진술을 계속 바꾼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날 드루킹은 "김 지사가 오기 1주일 전쯤 시연을 지시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드루킹은 시연을 지시한 시점을 두고 특검 수사 초기에는 11월 9일 당일이라고 진술했고, 1심 단계에서는 2∼3일 전이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변호인이 이를 추궁하자 드루킹은 "3년 전 일인데 2∼3일 전인지 1주일 전인지가 크게 다르냐"며 "한 번만 지시한 게 아니니 헷갈릴 수 있다"고 해명했다.
시연 과정에서 김 지사에게 허락을 구할 때 상황에 대해서도 드루킹은 약간 오락가락하는 답을 내놓았다.
그는 처음에는 "개발자인 우씨가 들어와서 킹크랩을 보여주는 과정 중에 허락을 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시연 중 우씨를 내보낸 이유에 관해 설명할 때는 "뒤에 반응을 구할 때는 우씨가 굳이 들을 필요가 없어서 내보냈다"며 "우씨가 있으면 평소 김 의원 성격에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드루킹은 이후 문밖에 있던 우씨를 다시 시연 장소로 들어오도록 한 상황에 대해서는 "손짓을 해 불렀다"고 했다. 앞서 항소심에서 증언한 우씨가 "드루킹이 목소리로 불렀다"고 말한 것과 배치된다.
이 밖에도 김 지사의 변호인은 시연이 있었다고 지목된 날 경공모 회원들이 저녁 식사를 했는지에 대해 드루킹의 진술이 바뀐 점 등도 캐물었다.
드루킹은 이날도 특유의 화법으로 여러 주장을 펼쳤다.
그는 2017년 11월 김 지사와 만났을 때 지방선거까지 댓글 조작을 돕는 문제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김 지사가 "이재명을 떨어뜨려야 하니 경기도지사는 야당이 가져가도 되지 않느냐"며 남경필 전 지사를 밀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이던 시절 메시지를 더 명료하게 해야 한다며 '검찰 수사권 박탈과 경찰 수사권 독립'을 제안했고, 이를 들은 김 지사가 "검찰 수사권 박탈은 너무 강한 메시지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했다.
수사기관을 향해서도 "특검도 사건 초기부터 이 사건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불똥이 튈까봐 제 진술을 다 덮었다"거나 "압수수색 당시 경찰이 김경수 지사와 연관된 증거를 인멸했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