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과제' 죄책감에 고개 못들기도
전 인류 공통증거능력 DNA 따라야
유족위해 흉악범 공소시효 폐지를
"희열과 분노가 교차하는 순간."
하승균 전 화성 연쇄살인사건 수사팀장이 어젯밤(18일) 이 사건 용의자를 후배 경찰들이 특정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느낀 감정이라고 한다.
하 전 팀장은 19일 오후 경인일보 취재진과 만나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그는 "좀 늦었지만,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처음에는 희열이 느껴졌는데 곧 화가 나더라"며 "공소시효가 지나서 더 이상 처벌하지 못하니까 밤새 마음이 끓어 잠도 몇 시간 못 잤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하 전 팀장에게 이 사건은 평생 풀지 못한 숙제와도 같았다. 퇴직 후 10년이 넘도록 장기 미제로 남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파헤쳐 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를 움직이게 한 건 당시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었다.
하 전 팀장은 "후배들에게 항상 형사는 발로 뛰어서 결과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열심히 뛰었을지언정 범인은 잡지 못했다"며 "한동안은 죄책감에 고개도 못 들고 다녔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현재 일부에서 과거 경찰이 추정한 범인(B형)과 전날 경찰이 특정한 용의자(O형)의 혈액형이 다르다는 지적에는 "DNA의 증거능력을 따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과거 수사 당시에도 범인의 혈액형을 특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혈액형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 전 팀장은 "나니까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 절대로 그렇게 앞서가는 식으로 얘기하면 안 된다"며 "전 인류 공통의 증거능력인 DNA 대조 결과가 이렇게 나왔다는 건 게임이 끝났다는 의미"라고 현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끝으로 흉악범에 대한 공소시효를 하루빨리 없애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피해자 가족들 때문이다.
하 전 팀장은 "유가족들과 따로 연락을 하며 지내지는 않는다. 사건 이후 뿔뿔이 흩어져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흉악범죄 피해 가족들의 원통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얼마가 걸리든 잡은 범인을 반드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