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군, 정부 권고안보다 '강화'
이천 분뇨시설 완전 밀폐 '의무화'
안성·용인 거리제한 최대 2배 요구
협회 "축사 신축 곤란 기준 현실화를"
지자체 "매년 AI등 발생 현실적 애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에 축산업 위축을 우려하는 한돈농가(9월 19일자 2면 보도)가 가축사육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2011년 정부가 '가축사육 제한구역' 규제 권고안을 내놓은 이후 지자체와 한돈 농가 간 규제를 놓고 불협화음이 이어지는 등 논란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22일 도내 축산 농가에 따르면 대한한돈협회는 지난달 환경부에 공문을 보내 소·돼지·닭·오리 등의 '가축사육 제한구역' 규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지자체에서 정부가 권고하지 않은 시설을 의무화하거나 주거지와 축사 간 터무니없는 거리제한 등 과도한 규제를 내세우고 있어 이를 현실화해달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 가축사육 제한구역 권고안을 처음 발표했지만 지자체별 편차가 여전해 연구용역을 다시 진행, 2015년 새 권고안을 내놓았다.
권고안에 명시된 거리제한은 돼지의 경우 400m(1천마리 미만)·700m(1천~3천마리)·1㎞(3천마리 이상)다. 주거밀집지역(주택 5호 이상)에서 적어도 이 거리만큼 떨어진 곳에 축사를 신축하도록 해 악취 등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축산농가는 도내 일부 지자체들이 권고안보다 강화된 기준을 설정해 왔다고 지적한다.
도내 돼지 사육두수가 가장 많은 이천시(38만3천33두)는 축사 신·증축 시 분뇨시설 '완전 밀폐화'를 의무로 해 농가가 분뇨 처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안성시(34만7천825두)·포천시(26만2천37두)·용인시(20만8두) 등 도내 사육두수 비중이 큰 지자체의 거리제한은 권고안보다 최대 2배 높은 1~2㎞였다고 강조했다.
이에 협회 관계자는 "거리제한 규제가 심해 축사 신축 가능부지가 거의 없다 보니, 부동산 업자가 부지를 사 농가에 비싸게 파는 사례도 있다"며 "정부가 가축사육 제한구역 규제 전반에 대한 현실적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이같은 민원에도 이번에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비롯해 매년 조류인플루엔자(AI) 등도 발생하고 있어 가축 거리 제한을 완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농가의 어려운 상황은 이해하지만 가축 사육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현재로선 쉽지 않다"며 "환경부, 협회 등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