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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54)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가족을 넘어 조 장관 본인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찰을 인사·행정적으로 관할하는 현직 법무부 장관이 검찰 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 자택 압수수색·부인 소환 임박…曺 장관 연루 여부가 핵심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방배동 조 장관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조 장관 가족 자산관리인으로 일해 온 한국투자증권 직원 김모씨로부터 자택 PC에 쓰던 하드디스크 2개를 임의제출 받았다. 조 장관 자택에는 교체되지 않은 PC 하드디스크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지난달 말 조 장관 가족 의혹 수사에 착수한 이래 조 장관 부부와 자녀를 상대로 강제수사를 벌이기는 처음이다.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의 검찰 소환 조사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 수사망이 조 장관 부부를 향해 점차 좁혀지는 모양새다.

수사 초기만 해도 검찰이 조 장관이 사건에 직접 연루된 혐의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사는 조 장관 주변을 바싹 조여가는 양상을 보여왔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 결과에 따라 조 장관에 대한 조사 필요성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 장관이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한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와 딸 조모(28)씨의 서울대 법대 인턴 활동증명서 허위 발급 의혹, 증거인멸방조 등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검찰은 임의제출받은 자택 PC에서 조 장관 딸 조모(28)씨와 '품앗이 인턴' 의혹이 불거진 장영표 단국대 교수 아들 장모(28)씨의 인턴활동증명서로 보이는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20일 조 장관의 서울대 법대 은사인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을 불러 조사한 상태다.

검찰은 또한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정 교수가 5촌 조카 조모씨를 통해 펀드 설립 및 운영의 상당 부분에 개입했다는 정황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인 조 장관이 이런 사정을 알고 관여했다면 공직자의 직접 투자를 금지한 공직자윤리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검찰은 자택 하드디스크 교체를 도운 김씨로부터 조 장관이 "아내를 도와줘 고맙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조 장관의 증거인멸·은닉을 방조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 검찰-조 장관, '퇴로 없는' 싸움 불가피

검찰이 조 장관을 직접 겨냥할 경우 수사의 파급력과 파장은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 특유의 '끝장 수사'가 이번에도 어떤 식으로든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검찰이 조 장관에게 법적 책임을 직접 물을 만한 혐의를 밝혀낼 경우 '정치 영역에 개입하는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판 여론을 딛고 수사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검찰은 감당하기 어려운 역풍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 개혁을 기치로 내건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수사가 장관 본인의 혐의점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된다면, 처음부터 개혁에 저항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검찰 개혁 속도는 한층 더 빨라질 수 있다.

이번 수사의 향배는 누구보다도 조 장관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검찰의 직접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에 이른다면 여러 논란을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한 조 장관의 '적격성'에 다시 논란이 불붙으면서 거센 사퇴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의 관계가 극도로 예민해진 가운데 수사에 외압을 줬다는 논란에도 언제든 휘말릴 수 있다.

조 장관은 "검찰 수사 관련 보고도, 지휘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날 조 장관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증명서 발급에 관여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는 "정말 악의적 보도다.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