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중 수동 산소치료 하다가 불
대피 과정 호흡 어려워 피해 커져
사고 당시 '스프링클러' 작동 안해
소방본부·경찰 발화 원인 등 조사
50여명의 사상자를 낸 김포요양병원 화재 현장은 야전병원을 방불케 했다. 대부분이 노인들로 거동조차 힘든 환자들은 건물에 연기가 걷힌 뒤에야 한 명씩 힘겨운 표정으로 실려 나왔다.
화재 초기부터 환자 가족들이 병원 앞에 찾아와 발을 동동 구르고, 일부는 울음을 터뜨려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긴급 대피한 환자들은 병원 침대 그대로 인근 주차장에서 호송을 기다렸다.
24일 오전 9시 3분께 김포시 풍무동 김포요양병원에서 불이 나면서 환자 A(90·여)씨가 이송 도중 숨지고, B(86)씨가 바깥으로 구조됐다가 현장에서 숨졌다.
47명은 부상을 입고 인근 11개 병원으로 이송,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들은 이 병원 집중치료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부상자 가운데 C(66·여)씨 등 8명은 연기흡입 등으로 중상을 입었다.
소방당국은 약 40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으나 연기가 실내를 덮쳐 부상자가 속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검은 연기가 많아 대피가 어렵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고 말했고, 병원 직원은 "계단으로 내려오는데 2층쯤에서 연기가 너무 자욱해 숨을 쉴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불은 건물 측면 보일러실에서 '펑' 소리와 함께 발화했다.
이날 병원 전기안전점검이 예정돼 전력 공급이 차단된 상태에서 수동으로 환자들에게 산소치료를 하다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며, 대피 과정에서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바람에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요양병원은 김포와 인천 경계에 위치한 지상 5층·지하 2층 건물의 3~4층에서 2천300여㎡ 규모로 운영 중이었으며, 환자 130여명과 직원 50여명이 머물고 있었다. 불이 났을 때 비상경보만 울리고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다.
화재 직후 현장에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하영 김포시장, 홍철호 국회의원 등이 찾아 구조상황 등을 보고 받고 빠른 피해 수습을 지시했다.
해병 2사단도 군의관과 간호장교 등을 급파해 힘을 보탰다.
소방본부 화재조사팀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 한국전기안전공사 등과 합동으로 현장감식을 했다.
이와 별도로 수사전담팀을 꾸린 경찰은 요양병원 관계자들을 상대로 불법 시설물 설치 여부와 스프링클러 등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이유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