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2601001654900080911
신지영 정치부 기자
그날 이재명 후보의 목소리는 떨렸다. 2018년 6월 12일 수원시 인계동 마라톤빌딩 지하에는 2주간의 전쟁 같은 선거를 함께 치른 선거 운동원, 이 후보자의 열성 지지자까지 수백 명의 사람이 운집했다. 캠페인을 끝내고 모인 사람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차지하는 살 냄새, 땀 냄새로 진동했다.

인파 사이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걸어 나왔다. 흰 와이셔츠의 소매를 걷어붙인 그는 두 팔을 들어 환호에 응답하곤 마이크를 잡았다. 캠페인 초반 또랑또랑했던 목소리는 잠겼고, 말끝마다 갈라져 쉰 소리를 냈다. 눈빛만은 형형했다.

선거 내내 그의 선거 현장을 누비며 수십 번 이상 연설을 들었지만, 그 날의 연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재명 후보는 "정치인은 머슴이다. 국민이 선택하는 것이다. 국민이 선택해주지 않으면 별 수 있겠냐"고 운을 뗐다.

이어 "시켜주면 일을 하는 것이고 아니면 말고"라고 말했다. 선택을 받지 못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도 같았다. 그의 목소리를 듣던 수행원이 기둥 뒤에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봤다.

"그래도 됐으면 좋겠죠? 오늘 밤까지 주위에 알리자,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선거 운동원과 지지자를 달랠 땐, 좌중에서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연설 바로 이틀 전인 10일 이재명 후보와 염문을 일으킨 여배우가 공중파 방송에 출연했다. 다 이겼다고 생각한 선거판은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없는 '블랙아웃' 속에서 더욱 큰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의 선거 마지막 연설은 바로 그런 배경 속에서 나왔다.

마지막일 것만 같았던 '위기'는 그가 도지사가 된 이후에도 계속됐다. 조폭 논란을 거쳐 치욕스런 신체 검증을 거쳤지만 끝이 아니었다. 검찰은 죄를 물어 그를 법정에 세웠고, 한 차례의 승리와 한 차례의 패배 끝에 최종심만을 남겨두고 있다.

승부사 이재명은 지난해 국민의 선택을 받아 정치 무대에 살아남았다. 이번 승부는 법원의 판단에 달렸다.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경기도의 눈과 귀 모두 12월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신지영 정치부 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