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조국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28일 친여 성향으로 보이는 시민단체 연대가 주최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대규모 군중이 참석해 검찰의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를 한 목소리로 비판하면서다. 검찰 비판 시위가 예상외로 커진 데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을 향해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촉구한데 따라 지지세력들이 강력한 결속력을 발휘해 호응한 결과로 보인다.

대규모 군중집회의 열기에 고무된 듯 언론을 통해 전달된 여권의 검찰개혁 목소리도 고조되고 있다. 집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연단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내려와라"고 윤 총장 사퇴를 주장했다. 안민석 의원도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 정도면 윤석열 총장이 스스로 거취를 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민병두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란이 정치검찰을 제압하다. 민란이 검란을 이기다"라는 집회 참가 후기를 남겼다. 청와대는 29일 핵심관계자 발로 검찰개혁 집회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총평했다.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계기로 일가족이 입시, 사모펀드, 학원운영과 관련한 비리의혹으로 검찰수사에 오른 조국 개인의 문제가 청와대와 여권·지지진영과 검찰의 대립 양상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당황스럽다.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조국 사태'가 대규모 군중집회 한방으로 '검찰 개혁'으로 반전되는 상황이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당부할 정도로 무한 신뢰를 보였던 윤 총장을 향해 "사퇴하라"는 여당의원들의 발언은 황당하다. 검찰개혁법안을 모두 패스트트랙에 태워 국회로 보낸 여권이 장외에서 추진할 검찰개혁은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자유한국당도 주말 권역별로 조국 사퇴 집회를 개최했지만 산발적이고 소규모였다. 여권은 주말 집회대결에서 야당을 압도한 현실에 안도하고, 지지세력의 변함없는 결속에 고무된 듯하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무당층이 30%에 가깝다. 여권이 마음만 먹으면 100만, 200만 집회를 열어 줄 지지세력이 있듯이, 조국 사태를 냉정하게 직시하는 상식적인 민심도 엄연히 존재한다. 침묵하고 있을 뿐 광장과 거리를 메운 규모 보다 많으면 많지 적지는 않을 것이다.

여권이 눈에 보이는 광장의 지지세력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 침묵하는 상식적 다수의 내밀한 움직임 또한 더 무겁게 인식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