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경기가 악화하면서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일본의 수출규제, 유가 불안 악재가 압박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 설계자로 불리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열린 특별 경제 좌담회에서 "현재 상황은 실물경제 침체 상황에서 비롯된 만성질환으로 볼 수 있다"며 "실물 경기가 좋지 않아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면 세계 경기가 좋아져도 우리 경제가 다시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불황과 최저임금 등 인건비 상승으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신청하지 않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일감이 있어야 공장도 운영하고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노동자 수를 줄이고, 공장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것은 일감은 줄어들고 최저임금은 올라가는 상황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1차적 대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외국인 노동자 고용이 줄어들면서 내국인 노동자 고용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노동자도 고용을 줄여야 할 형편"이라고 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17년 이후 중소기업의 고용허가제 외국인 노동자 고용 신청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허가제 신규 외국인 고용 사업장 수를 보면 2017년 2천269곳, 2018년 1천562곳, 2019년 3분기까지 1천94곳으로 2년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식당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중소기업의 한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일의 숙련도가 가장 낮은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최저임금 기준으로 따지면 숙련도가 높은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을 더 올려줘야 하는 데 매출 구조상 한계가 있다"며 "최저임금이 문제 있다고 지적하면 바로 악덕 업주로 비난받으니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저임금은 2017년 6천470원으로 시작해 지난 2년간 29%가량 인상됐다. 2020년 최저임금도 8천590원으로 2019년 대비 2.9% 오른 상태다. 중소기업중앙회 인천지역본부는 9월 업황 전망 건강도지수(SBHI)가 79.7이라고 발표했다. 기준치 100 미만이면 경기를 좋지 않다고 보는 업체가 많다는 걸 의미한다. 문제는 인천지역 SBHI가 100 이하로 24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조차 고용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실물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