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 즉 정신적 외상을 경험하고 나서 발생하는 심리적 반응을 일컫는다.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정신적 외상이란 충격적이거나 두려운 사건을 당하거나 목격하는 것을 말하는데 극심한 고통을 주고 일반적인 스트레스 대응 능력을 압도한다. PTSD 환자는 외상이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그 당시의 충격적인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외상을 떠오르게 하는 활동이나 장소를 피하게 된다.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거나 상실할 것 같은 공포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런 정신적 외상이 개인 차원을 벗어나게 되면 이른바 집단 트라우마가 된다.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인천 강화지역의 돼지 3만8천 마리 전량에 대해 살처분 조치를 취하면서 강화도 주민들이 겪게 될 집단 트라우마가 극히 염려되는 상황이다. 전량 살처분은 '창궐' 직전의 불가피하고 선제적인 조치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지만 애지중지 기르고 있던 돼지를 그대로 전부 땅에 묻어야 하는 강화도 주민들에겐 감당할 수 없는 정신적 충격으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재작년 '가축매몰(살처분) 참여자 트라우마 현황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 2010~ 2011년 구제역 발생 당시 매몰작업에 참여했던 공무원과 공중방역 수의사의 76%가 PTSD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물며 손수 기르던 가축을 집단 매립하는 주민들의 그 정신적 충격과 절망감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수백 수천 마리의 돼지가 몰살되는 장면을 목격한 충격은 정신적으로 견디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천적십자회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의 전문상담인력이 현지에 급파됐다. 하지만 이 뜻하지 않은 재난상황의 발생으로 심리적·정신적으로 충격을 입은 현지 주민들과 살처분 작업에 직접 투입된 용역업체 관계자들, 그리고 살처분 현장의 관리감독업무를 맡아 수행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정신적 후유증을 단기간에 온전히 치유하기엔 아무래도 역부족일 것이다. 특히 강화지역은 최근 태풍 '링링'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만큼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상태여서 주민들이 받은 정신적 충격은 그 정도를 헤아리기 힘들 지경이다. 정부와 인천시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집단 트라우마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