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강제추행, 몰카촬영 등 성범죄로 검거되는 의사가 매년 늘고 있지만, 이들 중 의사면허가 정지된 사람은 1%도 되지 않아 '철옹성 의사면허'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국정감사 자료로 받은 '최근 5년간 의사 성범죄 검거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까지 의사 611명이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검거됐다.

'강간·강제추행'으로 검거된 의사가 539명(88.2%)으로 가장 많았고,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57명(9.3%),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14명(2.3%), '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 1명(0.2%) 순이었다.

연도별 검거 인원은 2014년 83명, 2015년 109명, 2016년 119명, 2017년 137명, 2018년 163명으로 해마다 증가추세다.

하지만 성범죄 이력이 의사면허 자격정지라는 행정처분으로 이어진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최근 5년간 성범죄 자격정지 현황'을 보면, 2014년부터 2019년 6월까지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자격을 정지당한 의사는 총 74명이었으나, 이중 성범죄가 사유인 경우는 4명에 불과했다. 처분도 자격정지 1개월로 같았다.

최근 5년간 검거된 611명을 기준으로 하면 성범죄로 인한 자격정지 비율이 0.8%에 불과한 셈이다.

현행 의료법에는 성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에 대한 면허 취소 규정이 없다. 대신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했을 때 자격정지를 할 수 있다고만 되어 있다.

이에 정부는 '진료 중 성범죄', '진료 외 목적 마약 처방·투약', '무허가·오염 의약품 사용', '낙태 수술' 등을 묶어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고,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을 우회해 자격정지를 시도했으나 실효성이 낮았다.

여론을 의식한 정부는 지난해 8월 행정처분 규칙을 개정을 통해 자격정지 기간을 세분화하는 등 개선에 나섰지만 한계는 여전하다.

성범죄의 경우 자격정지 기간이 1개월에서 12개월로 확대됐지만, 강간·강제추행·준강간·업무상위력간음·미성년자간음추행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몰래카메라 등 다른 유형의 성범죄는 여전히 1개월 자격정지에 그친다. 여기에 '진료 중'이라는 단서가 붙어있어 처분 대상 자체가 적다.

남 의원은 "의료사고로 환자를 사망하게 하거나 환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심각한 범죄행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아도 진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문제"라며 "이는 현행 의료법이 변호사법, 공인회계사법, 세무사법 등 다른 전문자격 관련 법률과 달리 일반 형사범죄를 의료인의 결격사유나 면허 취소 사유로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위반 대상 법률과 관계없이 금고 이상의 형·집행유예·선고유예를 받고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아니한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의료인이 이에 해당하면 필요적으로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한 바 있다"며 "유사한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됐으므로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사면허 취소 사유로 명시된 불법행위를 저질러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대부분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면허를 다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남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의사 176명, 치과의사 10명, 한의사 55명 등 총 241명의 면허가 취소됐다.

취소 사유는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경우'(59명), '리베이트 수령'(41명), '진료비 거짓 청구'(39명), '면허증 대여'(19명) 등이었다.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면허 재교부 신청은 76건 있었고, 이 가운데 74건이 승인돼 승인율은 96.1%에 달했다.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은 일정 기간(1∼3년) 이후 면허 재교부 신청을 할 수 있는데, 보건복지부는 취소 사유가 소멸하고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판단하면 재교부하고 있다. 별도의 심의 절차는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