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감식기법 발달로 범인 특정
프로파일링기법 자백까지 받아내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는 한국 과학수사기법의 발달과 함께했다.

우리나라 범죄수사에서 DNA 감식 기법을 처음 적용한 수사였고, 33년 만에 DNA 감식 기법으로 용의자 이모(56)씨를 특정했다. 또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이씨에게 자백까지 받아내기도 했다.

8차 사건에는 '모발 중성자 분석법'이란 기법을 도입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모발에 티타늄과 염화칼슘 성분이 검출됐음을 확인하고, 용의자의 직업을 인근 공장 근로자로 압축해 농기구 용접수리공인 윤모(당시 22세)씨를 붙잡았다.

DNA 감식 기법을 처음 적용한 수사는 1990년 9차 사건 때였다. 이때 수사를 지휘하던 사람이 당시 수원지검 강력부장이던 김종빈 전 검찰총장이다. 김 전 총장의 프로필엔 '유전자 감식 기법을 최초로 수사에 도입'이란 이력이 단골로 등장한다.

9차 사건 피해자의 물건에서 나온 타액을 일본에 보내 대조 감정을 의뢰했다. 당시 일본의 DNA 감식기법도 걸음마 수준에 불과했으나, 우리나라의 감식은 혈액형이라도 식별하면 다행인 수준이었다.

실제 당시 경인일보 기사를 되돌아봐도, '강간 확인 불능' '혈액형 판정 불능'이 자주 보인다.

현재는 아주 작은 DNA로도 특성이 다른 부분을 골라 20군데 이상 비교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화성 사건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던 것도 과학기술의 발달 덕분인 셈이다.

지난 2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브리핑에서 확인된 이씨의 자백도 DNA 분석 결과 덕분이었다. 이씨는 경찰의 계속된 대면조사에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다가, 지난주 중 경찰에 돌연 화성사건의 범인이 본인이 맞는다고 실토했다.

5, 7, 9차 사건 증거물에서 새롭게 검출된 DNA 분석결과를 알려주자, 이씨는 "DNA 증거가 나왔다니 할 수 없네요"라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