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서 18마리 키워 사전파악 안돼
李지사 '통·반·리' 단위 조사 지시
국감서 '분뇨 처리' 허술 지적 나와
소강 국면에 들어선 줄 알았던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다시 고개를 든 가운데,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11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파주시 적성면 농가의 돼지 사육두수는 18마리에 불과하다.
산속 깊은 곳에 비닐하우스를 두고 이곳 안에서 돼지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울타리는 없고 최근까지도 잔반을 먹이로 준 것으로 조사됐다.
돼지열병의 첫 발생지인 파주시에선 방역이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지만, 이 농가의 돼지 사육 여부는 사전에 파악되지 않았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던 것이다.
이에 이재명 도지사는 이날 도청 북부청사에서 진행한 '아프리카 돼지열병 방역 시·군 부단체장 영상회의'에서 무허가 돼지 사육 농가를 통·반·리 단위로 전수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또 소규모 농가에 대한 매입 관리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이 지사는 "소규모 농가의 경우 일일이 초소를 설치하고 인력을 배치해 24시간 관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북부지역 300마리 미만 축산농가부터 수매하는 방안을 시작하자. 도비 지원을 검토할 테니 시·군에서도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국회에서도 돼지열병 방역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아프리카 돼지열병 발생농가 역학농장 현황'에 따르면 돼지열병 발생농장 9곳을 다녀간 차량과 역학관계가 있는 농장은 무려 1천383곳으로, 국내 양돈농가의 22%에 달한다.
앞서 정부 조사 결과 돼지열병이 최초로 발생한 파주 농가와 이후에 확진된 다른 농가들 사이에서 '차량 역학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돼지열병 확산의 원인 중 하나로 추측되기도 했었다.
양돈농가 5곳 중 1곳 꼴로 역학관계에 놓여있는 만큼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가축분뇨 소독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용득 민주당 의원은 2일 환경부에 대한 국감에서 전국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의 소독시설을 점검한 결과 95곳 중 절반이 넘는 56곳에 소독시설이 없다고 밝혔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축산농가의 분뇨가 소독 없이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날 돼지열병이 추가 확진된 파주지역의 경우 가축분뇨를 2곳에서 처리하고 있는데, 이 중 처리장 한 곳에는 아무런 소독 시설도 설치돼있지 않았다.
환경부는 "확진된 농가의 가축분뇨가 유입된 처리시설은 가동을 즉각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