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교동도 해안서 '월남' 확인도
남북 오가며 감염 확산 가능성 ↑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의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검출되면서 멧돼지를 매개로 한 북한 유입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앞서 5건이 발생한 인천 강화군의 교동도 해안가에서도 북한에서 헤엄쳐 내려온 멧돼지가 발견됐다.

3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날 연천군 신서면 DMZ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의 혈액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정밀 진단한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곳은 연천군 GOP 철책 전방 1.4㎞ 지점으로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남쪽으로 불과 600m 떨어져 있다. 외상은 없었고, 부패가 진행된 상태는 아니었다.

사육 농가의 돼지가 아닌 야생 멧돼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6~8월 DMZ 내에서 총 4마리의 야생 멧돼지 사체가 발견됐는데 2마리는 음성이 나왔고, 나머지 2마리는 부패가 심해 검사를 하지 못했다.

지난달 17일 파주에서 처음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이후 연천, 김포, 강화 등으로 퍼져나갔음에도 감염 경로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접경지역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야생 동물이나 한강·하천을 통한 북한 유입설이 제기됐지만, 객관적인 근거를 찾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DMZ 내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인됨에 따라 북한 유입설의 중요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감염된 북한 멧돼지가 남북을 오가면서 분변 등으로 질병을 퍼트렸을 것이라는 얘기다.

5건이나 발생한 강화군의 바이러스 유입 경로도 국내 요인이 아닌 북한 유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시가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오전 6시 강화 교동면 인사리 교동부대 철책선 내 북측 모래톱에서 멧돼지 3마리가 관측됐다.

멧돼지는 해안가 일대에 머물다 오후 8시40분께 수영해 북으로 넘어갔다. 인천시는 멧돼지가 철책선을 넘거나 뚫고 남하하진 못했다고 밝혔지만, 북한 야생 동물이 자유롭게 남북을 오간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하천과 한강 수계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인천시와 강화군은 뒤늦게 접경지역에 야생 멧돼지 포획틀을 추가 설치하고, 군 당국에 멧돼지 사살을 요청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멧돼지 폐사체 예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