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조되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조짐이 심상치 않다. 정부는 범 국가적으로 방역에 나선다고 큰 소리치고 있지만 3일 김포시 통진읍의 한 돼지 농가에 또 확진 판정이 나오면서 국내 확진 사례는 총 13건으로 늘어났다. 맷돼지에서도 양성 판정이 나왔다. 이에따라 경기·인천 등 수도권 각 지역의 축제와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지방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

'2019 정조대왕 능행차' 행사가 5일 서울시가 주최하는 서울 구간(창덕궁~금천구 시흥동, 21.2㎞)만 진행되고 수원화성을 거쳐 화성 융릉으로 이어지는 38㎞의 경기도 구간은 전면취소됐다. 매몰비용만 10억원이다. 수원의 행리단길 상인들과 의왕 지역 상인들도 사근참 어울림 한마당 및 의왕 현감 정조 맞이 행사 취소로 울상이다. 여주오곡나루축제, 세계도자비엔날레, 안성 바우덕이축제, 파주개성인삼축제, 인천 소래포구축제, 인천 부평풍물대축제 등이 취소됐다. 부천시는 10월까지 이어지는 19개 야외 축제를 전면 취소하는 등 경기·인천에서 취소된 야외행사가 100여 개가 넘는다. 모두 지역경제를 살리는 '대목 행사'다.

확산세가 사그라들지 않자 도내 축산농가들 사이에선 강화처럼 사전적 살처분이 단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접경지역인 파주·연천·김포·강화에서만 집중적으로 번지면서, 국회에서도 정부가 북측에 통지문을 보내는 정도가 아닌 보다 적극적으로 공동 방역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말로만 범국가적 예방을 외칠 게 아니라 더 과감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방역효과는 불투명한데 지역 축제를 일괄 폐지하니 수혜계층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